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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쿠다가와상 공동수상자 소설 국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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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쿠다가와상 공동수상자 소설 국내 출간

입력
199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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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풀 하우스’·스지 ‘클라우디’/자살 혹은 탈주…/일 젊은이 ‘욕망의 코드’ 담아지난달 16일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 아쿠다가와(개천)상을 공동 수상한 재일동포 2세 유미리(28)의 중편소설 「풀 하우스」와 스지 히토나리(인성·38)의 장편 「클라우디」가 고려원에서 나란히 출간됐다.

비록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은 아니지만 일본의 차세대 선두작가로 꼽히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일본 문학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20∼30대 일본인들의 생각과 삶을 느낄 수 있다. 우연히도 두 작가의 소설은 일상에 대한 한없는 짜증과 분노, 거기에서 탈출하려는 무모하지만 절실한 젊은이들의 욕망을 담고 있다.

지난해 이즈미 교카(천경화)상을 수상한 「풀 하우스」는 작가 유미리의 자전적 소설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재일동포 2세와 모래알 처럼 흩어져 버린 가족의 비극이 줄거리이다. 어머니는 카지노 지배인인 아버지를 떠나 정부와 딴살림을 차리고 여동생은 3류 포르노 배우로 전전한다. 공연 기획자가 된 주인공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의 이지메 표적이 되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교외의 신흥 주택가에 집을 마련하지만, 이미 구심점을 상실한 가족은 냉담하다. 결국 아버지의 의도는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상실의 아픔만 더욱 깊어진다.

유미리의 소설적 표현은 몽환적이면서 또한 섬세하다. 나른함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희곡과 연극 연출로 시작한 작가답게 몇개의 절제된 장면 속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스지 히토나리의 「클라우디」는 미지의 세계로 「망명」하려는 29세 남자의 이야기이다. 무료한 생을 마감하기 위해 16세에 투신 자살을 기도했다가, 망명하는 소련 전투기의 저공비행에 놀라 미수에 그친 주인공 「나」는 그 후 10여년을 망명이라는 환상에 집착해서 살아간다. 포르노잡지를 인쇄하는 도쿄의 뒷골목 인쇄소에 근무하게 된 그는 현실을 떠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결혼도 하지 않는다. 친구와 동료가 떠나고, 사귀던 여자마저 이별을 고할 때 그는 문득 삶의 가치와 사랑을 느끼고 몸부림친다.

스지 히토나리는 한때 록밴드 「에코스」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클라우디」는 음악적 운율이 특징적이다. 특히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과속으로 차를 몰고가는 마지막 부분은 마구 휘몰아치는 타악기의 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격정적이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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