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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땅을 밟으며/강이수 상지대 교수(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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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땅을 밟으며/강이수 상지대 교수(1000자 춘추)

입력
1997.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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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작은 도시에 산다. 한쪽은 빠르게 도시풍으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서울과 다른 공기 물 등 자연의 내음을 많이 맡을 수 있다. 우리 아파트촌에서 큰 길 하나만 건너면 전형적인 시골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마을이 있다. 가끔 아이들 손을 잡고 구불구불한 논두렁을 걷고, 꽝꽝 언 저수지에서 얼음낚시 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노라면 가슴이 열리는 기분이다. 이곳은 살아있는 땅이기 때문이다.살아있는 땅의 고마움을 느끼다 보니 우리 환경문제가 생각났다.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소식들은 더욱 우울하기만 하다. 경제난으로 허덕인다던 북한 땅에 최근 각종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만이 본격적으로 핵폐기물을 버리기로 했다고 한다.

대만에서도 작은 섬 전체 주민들이 급격하게 암발생률이 높아져 사망하고, 저능아가 태어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다리가 부러지는 등 무서운 결과를 낳았던 것이 바로 그 핵폐기물이다. 수량이 약 20만 드럼이라는데 이는 우리나라 핵폐기물 총량의 4배가 된다. 땅이 죽어가고 신음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북한 당국의 무분별함을 적당히 비판하고 구경만 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주부들은 뒤늦게나마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화학세제 덜 쓰고, 재활용품 따로 모으고, 쓰레기 덜 만드느라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작은 일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고 숨쉴 수 있는 땅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그러나 매일 넘쳐나는 산업쓰레기와 폐수 등에 관한 보도를 보면 힘이 빠진다. 이 위에 북한의 핵폐기물 소식이 들리니, 이렇게 국토가 다 망가져버리면 도대체 우리 주부들의 작은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은 갈라져 있지만 북한은 언젠가 함께 할 우리 민족의 절반이고 우리 땅임은 분명하다. 통일이 되더라도 더 이상 숨쉬지 않는 땅 위에서 우리는 기쁘게 만나 춤출 수 있을까? 주부들의 「살림」의 노력을 넘어서는 국제적·국가적 차원의 커다란 환경 「살림」의 해법을 기대해본다.<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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