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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백로,누가 까마귀?/한보 의혹­‘막가는 여야’ 추한 폭로전

입력
1997.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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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보배후설 공세에 여도 맞불/당사자들 “난 아니야…” 이구동성/떠도는 ‘한보리스트’ 사실이냐… 사실무근이냐…정가에 한보 배후설, 연루설 등 온갖 설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한보사태로 사법처리 될 의원들의 명단, 이른바 「한보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여야 각 정당도 상대정당의 연루혐의자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

과연 이들 설은 사실일까. 주목할 사안은 설도 나름대로 그럴듯한 근거를 갖추고있다는 점이다. 우선 개연성과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있다. 한보사태의 경우 대전제는 5조원의 천문학적 대출규모에 있다. 따라서 힘있는 인사들이 개입해야만 거액대출이 가능하다는 추론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이에 근거해 대통령 주변인사, 여권 실세의원들이 거명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보가 자신들의 치부를 막기위해 야당 핵심인사들에 접근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설은 설일 뿐이다. 수사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라면 사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추론과 추측에 바탕을 둔 갖가지 설은 신빙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다만 금융권과 재계에는 한보사태의 숨은 내용에 어느정도 접근하는 관련자들이 있기때문에 이들 설에는 사실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설은 사실이자, 사실무근』이라는 역설이 성립될 수 있다.

▷신한국당◁

야권이 한보특혜의 비호세력으로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핵심인사들을 집중지목하고 있다.

야권이 거론한 신한국당의 C, K, S, H 씨 등은 최형우 김덕룡 서석재 홍인길 의원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한이헌 의원,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장관 등도 야권의 연루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측은 『야당측이 아무런 근거없이 여권핵심인사들에 대해 정치공세를 펴고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배후설에 직접 거론되는 인사들은 한보연루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근거없는 정치 공세”

최형우 고문은 『구체적으로 시기와 장소가 생각나지 않지만 정총회장을 공개행사때 몇차례 만나서 알고있다』며 『그러나 맹세코 한보비리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하는 친구가 몇 억원을 융자해달라고 부탁해도 못도와줘 욕을 먹는 실정』이라며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덕룡 의원은 『올초 상공회의소 신년 하례식에서 처음으로 정총회장을 만났다』며 『야당은 비겁하게 음해하지말고 정식으로 내 이름을 밝히면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수서때 돈먹은 사람이 누구였으며 이번 수사결과 누가 더러운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석재 의원은 『야당측 주장은 근거없는 소문으로 논평할 가치도 없다』며 『한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현정부 출범후 95년말까지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홍인길 의원은 『야당이 툭하면 나를 걸고 나오는데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사실을 적시하고 증거를 내놓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증거를 내놔라” 분통

야권이 「젊은 부통령」으로 지목한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이번 한보사태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 의원은 『정태수씨는 만난 적도 없고 만나자는 청을 받은 적도 없다』며 『95년까지 철강경기가 좋았기때문에 은행들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에 나가있는 박재윤 전 장관은 『한보철강과 관련한 외압이나 청탁은 전혀 없었으며 한보철강의 코렉스공법 도입허가는 실무자 차원에서 합리적 검토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으로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물타기 작전이냐”

▷국민회의◁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의 공식적인 야당인사 한보연루설 언급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음모』이며 「물타기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면돌파 방침이 고작 루머유포냐』며 『국회 공개청문회 개최를 수용, 설을 규명하라』고 반박했다.

○“내나이 50인데…” 불쾌

여당에서 거명한 인사들은 대응할 가치조차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총재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여당이 정태수 회장의 큰 아들 친구로 지목한 것에 대해 『내 나이 50인데 정회장의 아들과 어떻게 친구가 된단말인가』라며 『여당의 행태가 차라리 안타깝다』고 불쾌해 했다.

김의원은 이어 『지난 대선 직전 잘아는 사람이 한보측에서 돕겠다는 제의를 전해왔으나 총재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3인방으로 거론된 박지원 기조실장은 『여당이 하는 짓이 야당보다 더하다』면서 『검경이 편파적으로 야당을 수사하는 판에 한보돈을 받을 야당의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나를 실명으로 박아주면 해명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김옥두 의원은 『여당이 지금 무슨짓인들 못하겠는가』라며 『대꾸하지도 않겠다』고 말했고, 최재승 의원은 『정회장의 얼굴을 신문사진을 통해 처음보았다』며 『95년 예결위에서 한보철강 당진공장 준공식때 일부 여권인사들이 참석한 배경을 따지면서 민주계인사들이 한보를 봐주고있다는 소문을 추궁했다』고 밝혔다.

동교동계 맏형격인 권노갑 의원측은 『맞대응하면 다시 수렁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며 아예 공식반응을 하지않았다. 「유력 재경위원」으로 지목된 김원길 의원은 『정회장을 알지도 못하고 금융계에 압력을 가할 위치도 아니다』라며 『14대국회에 이어 15대에서 재경위간사를 하자 나를 지목한 것같다』고 말했다.

○3명 관련 거론에 발끈

▷자민련◁

자민련은 이날 신한국당의 한보관련 야당인사 의혹설을 한마디로 일축한뒤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벌이면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안택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신한국당이 그동안 「오리발작전」으로 나오다 실효를 못거두자 이제는 야당인사에게 「물귀신작전」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한국당이 이날 자민련측 인사를 겨냥한 것은 모두 3명이다. 이 가운데 한보경제연구원 회장을 맡고있는 이희일 전 동자부장관은 3공때 농수산부장관, 신민주공화당에서 김종필 총재 비서실장, 13대의원 등을 거쳐 자민련 창당에도 관여했다. 그러나 그의 한 측근은 『자민련 창당직후 정치와는 완전히 연을 끊고 지내 의혹이 있을게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보 월급쟁이일뿐”

박승규 한보문화재단 이사장도 3공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으로 역시 김총재와 아는 사이다.

그러나 박이사장측은 『한보의 월급쟁이일뿐 별 역할이 없다』며 『한때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만으로 의혹을 제기하자면 안 걸려들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보철강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4·11총선때 충북 괴산에서 자민련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동관 전 증권감독원 부원장은 『87년까지 한보철강 사장을 맡긴했지만 그후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캠프에 합류, 정계쪽에 있는동안 한보 정태수회장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내가 전임 사장인데도 당진제철소 준공식때 초청장조차 못받았다』면서 『수서사건때도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었다』고 말했다.<홍윤오·김광덕·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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