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명훈이 지휘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은 아시아의 화합을 지향하는 뜻깊은 교향악단의 탄생을 확인하는 자리로 만족해야 했다. 갓 태어난 오케스트라에 그 이상의 음악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다.어렵다고 정평이 난 말러를 택한 것부터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은 5악장으로 된 78분짜리 대곡이다. 장송행진을 알리는 어두운 트럼펫 솔로로 시작하는 1악장, 더욱 어둡고 격렬한 2악장, 호른이 힘찬 걸음으로 이끄는 3악장, 몹시 느리고 조용한 4악장을 지나 활기찬 5악장으로 끝난다. 정명훈의 지휘는 세세한 부분의 기술적 집착보다 전체의 틀 안에서 음악적 완성에 중점을 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단원들은 말러의 깊이와 무게를 벅차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4악장은 아주 아름다워서 따로 자주 연주되는 곡인데 밋밋한 편이었다. 이 오케스트라가 음악회 때마다 모이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임을 고려할 때 완숙한 빛깔과 향기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의 반응은 열렬했다. 네번째 커튼 콜이 나왔을 때 정명훈은 지휘대에 선채 잠시 객석의 박수를 지휘하고 들어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기차박수는 그가 퇴장하고도 계속 이어져 정명훈은 결국 다시 나와 준비하지 않았던 앵콜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5번을 들려줬다. 청중은 아시아 필보다 정명훈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이날 공연의 눈에 띈 결함은 청중의 무례였다. 한 악장이 끝날때 마다 늦게 온 청중이 자리를 찾느라 어수선했고 여기저기서 기침을 하고 수런댔다. 정명훈은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지휘대에서 기다려야 했다. 당연히 각 악장 사이의 여운은 여지없이 사라지고 음악적 흐름은 번번히 끊어졌다. 심지어 핸드폰 소리까지 들렸다. 4악장이 끝나고 긴 침묵이 필요한 순간에 2층 객석에서 박수까지 터져왔다. 정명훈은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박수갈채와 환호에 답례하느라 무대에 서서 객석을 바라보는 연주자들의 눈빛에는 어리둥절함과 기분나쁨이 섞여 있는듯 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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