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하오 7시 서울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극단 신화·2월2일까지)을 보러 온 300여명의 관객은 입장료를 환불받아 돌아가야 했다. 개막시간에 맞춰 객석의 불도 꺼졌지만 막이 오르지 않았다. 들은 것이라곤 오프닝음악뿐이었다.공연불발의 이유가 기막히다. 원인은 막. 전동장치의 결함으로 막을 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30여분동안 배우들은 막 뒤에서 숨을 죽였고, 관객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막이 무거워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 작품에 출연중인 노배우는 『배우생활 50년동안 「막이 올라가지 않아 막을 못 올린」 기상천외한 해프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극장 관계자는 『전날 무대장치를 보수해서 공연 당일 상오까지도 정상이었다』며 「불가항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무대의 생리에 비춰보면 어불성설일뿐이다.
동숭아트센터측이 입장객들에게 현금 또는 초대권을 반환하고 교통비 명목으로 2,000원씩 돌려 줌으로써 해외토픽감인 「사태」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사소한 원인으로 빚어진 중대한 실수에 대해 정신적 보상까지 책임지겠다는 프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뒷수습도 깔끔하지 못했다. 극장 대표가 아닌 실무자가 사과하는 선에서 얼버무린데다 많은 사람들을 극장 밖에 줄세워 놓아 추위에 떨게 했다.
23일 하오 7시30분 서울의 또 다른 극장에서 일어난 일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달랐다. 북촌창우극장에서 「사랑의 힘으로」(2월23일까지)를 공연 중인 연희단거리패는 공연이 끝난 뒤 스스로 「환불소동」을 벌였다.
두드러진 실수가 없었는데도 『관객 여러분, 오늘 공연이 미흡했습니다. 다시 한번 찾아주시면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습니다』며 같은 연극 초대권을 한 장씩 나눠 주었다. 연극보다 더 극적이었다. 공연자가 스스로 긴장을 조이고 보다 책임있는 태도로 무대에 서겠다는 정신이 돋보인 신선한 「사건」이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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