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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한보피해’ 5,000억 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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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한보피해’ 5,000억 넘을듯

입력
1997.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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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무더기 도산우려 등 5,000여업체 전전긍긍한보철강부도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초 800억원대로 추정됐던 피해규모가 30일 현재 3,000억원에 육박하고 있고 이같은 추세라면 5,000억원을 휠씬 넘을 것이라는게 중소기업청의 설명이다. 어음과 미수금, 납기지연에 따른 공사차질로 중소기업들은 돌아오는 어음을 막느라 전전긍긍하고 있고 이 때문에 설 보너스는 물론 월급마저 체불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 공장자동화 계측기를 한보철강에 납품했던 (주)두원(대표 여준호)은 지난해 11월말 약 2억원규모의 계측기 2차 납품을 끝낼 예정이었으나 부도사태로 3개월째 설비자재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 설비자재를 미국에서 수입하면서 이미 2억원을 지불한 상태인데다, 1차 납품대금으로 받아 제일은행에서 할인받은 1억9,000만원짜리 어음도 곧 만기가 오기 때문에 이 상태라면 두원도 부도를 피할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해 매출이 12억원에 불과한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억여원을 떼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과 설날분 등 약속됐던 두번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다음달부터는 종업원 월급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보철강에 용광로 압연 용선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부산 금용산업(대표 김종계)은 어음과 미수금 등 모두 4억8,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이 회사의 연매출은 10억원. 절반 가까운 금액이 한보부도로 일거에 날아가게 됐다. 한보부도 직후인 27일에는 1차로 할인한 5,000만원짜리 어음이 돌아와 김사장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친척과 사채업자에게 급전을 구한 끝에 간신히 어음을 막은 상태다. 그러나 아직 3억원이 넘는 어음이 남아있어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한 부도는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이 회사 정종학 설계과장은 『우리도 문제지만 납품대금 가운데 약 40%는 다시 하청업체에 재결제해야 할 자금인데 이 지경이 돼 본의아니게 이들 업체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 망간 세라믹 등 합금철 부자재를 납품해온 동일산업(주)(대표 오순택). 이 회사는 그렇잖아도 철강경기가 안좋은데다 한보부도까지 겹쳐 종업원 임금 등 운전자금이 이미 바닥이 났다. 피해액은 어음 4억8,000만원 미수금 3억7,000만원 등 모두 8억5,000만원.

지난해 9월 공장을 증설한 80억원의 금융비용에다 재고부담 등 최악의 경기상황에서 이같은 일이 터져 더욱 속수무책이다. 이달 종업원 임금과 전기료 등 운전자금을 메우기 위해 회사 창업이래 처음 은행에서 돈을 꿔다 지급했지만 이나마 다음달부터는 어떻게 될지 회사측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지금까지 중소기업청 「한보철강 부도관련 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중소기업 피해규모는 모두 204개업체에 2,819억원. 그러나 한보철강과 직접 하도급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가 설비 원·부자자재 납품업체를 포함, 800여개에 달하는데다 이들 업체와 또 2, 3차 하청관계를 갖고 있는 업체도 엄청나 한보부도로 피해를 보는 중소업체는 5,0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기청 김시중 금속공업 과장은 『하루평균 100여업체에 1,000억원가량씩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이런 상태라면 당초 예상의 6∼7배인 5,000억원대로 피해규모가 증가할 것같다』고 말했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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