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절하속도 더 빨라 가격경쟁력 되레 약화/달러고로 원자재값 상승·이자부담도 가중최근 미 달러화의 초강세로 인해 원화와 엔화가치가 동반 추락하면서 국내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크게 오르긴 했으나 엔화환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 일본상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달러고로 원자재 수입 및 해외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환차손)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장중 한때 865원을 돌파하는 등 연나흘째 최고치 경신행진을 펼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59원에 첫거래돼 한때 865원50전까지 치솟았다가 864원20전에 마감됐다. 이에따라 31일 은행창구에서 외환거래의 기준이 되는 달러매매기준율은 30일보다 1원70전이 오른 달러당 861원30전이 됐다. 달러당 엔화환율도 3년11개월만에 처음으로 120엔을 넘어서 급등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로써 원화가치(30일 시장평균환율기준)는 95년말의 774원70전에 비해 11.185% 평가절하됐고 엔화가치는 18.52%나 떨어졌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상수지적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고 한보부도사태로 해외자금차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겹쳐 원화환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환투기로 인한 가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당초 원화환율이 오르기만 하면 수출경쟁력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원화환율이 774원이었던 95년말에는 수출로 1달러를 벌면 원화기준 이익금은 774원이었으나 지금은 환율이 올라 약 861원(30일 시장평균환율기준)원을 버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체로서는 이 차액만큼 상품가격(달러화기준)을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던 것. 그러나 「원저」를 추월한 「엔저」때문에 우리 상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상품의 가격경쟁력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엔저가 원저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아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상승으로 원자재 수입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95년말 774원을 주고 사들여왔던 원자재를 이제는 861원(30일 시장평균환율 기준)을 주고 사들여와야 한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이 상품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원자재 등의 해외의존도가 23.9%로 일본(9.2%)의 2.6배에 달하고 있다. 삼성 LG 대우 현대 해태전자 등 5개 전자회사만해도 올해 부품구매액(12조8,386억원) 가운데 30%에 달하는 3조9,060억원 어치를 수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원화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부담을 늘릴뿐 아니라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해외자금을 차입한 기업들은 환율이 계속 올라 앉아서 돈을 까먹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환차손은 전년대비 2배이상 늘어난 2조36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상승은 장바구니물가도 자극하고 있다. 밀가루 설탕 커피 식용유 라면 빵 햄 소시지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해 출고가를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결국 원화환율의 상승은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도 큰 부담을 가져올 전망이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 김재칠 박사는 『미국-일본간 경기격차가 심한데다 국내 경상수지도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어 엔화와 원화가치는 추가적으로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환차손 확대, 물가상승, 증시침체 등 극심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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