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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지 못한 일의 「복지비」 지급(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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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지 못한 일의 「복지비」 지급(사설)

입력
1997.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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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이 지급한 보상금 200만엔 외에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7명에게 1인당 228만엔의 정부 복지비 송금을 강행했다. 그것도 행여 정부가 지급했다는 인상을 줄까봐 「아시아 다이얼로그」라는 유령단체 이름으로 슬며시 송금하는 얄팍한 수법을 사용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번 이케다(지전행언) 외무장관이 방한했을 때 「보상금 지급문제는 앞으로 한국측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이를 뒤엎고 복지비를, 그것도 한번에 228만엔씩 지급한 것은 국가간의 신의문제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케다 외무장관이 한국에 와서 한 말은 벳푸(별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조용히 치르기 위한 하나의 속임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속마음은 한일정상회담 하루 전날 「그 당시는 공창제도가 있었다」고 한 정부대변인 가지야마(미산정륙) 관방장관의 망언이 사실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200만엔의 보상금이 지급됐을 때 일본정부는 민간기금이 하는 일이라 간섭하기 어렵다고 발뺌했었다. 이번에도 「아시아 다이얼로그」라는 단체가 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 아무리 유령단체를 내세워 정부의 책임을 면하려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보상금과 달리 정부예산에서 나오는 의료 및 복지사업비 300만엔은 5년간 실수요가 있을 때마다 지급하겠다고 설명했었다. 설명과는 달리 이번에 228만엔의 복지비를 지급한 것은 앞으로 보상금과 복지금 지급을 강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사표시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신의를 어긴 일본 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를 알고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책임도 크다. 위안부문제와 같은 양국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의논하지 않고 양국정상이 웃음꽃을 피우며 실무정상 회담을 거듭한다고 해서 한일우호가 다져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우호는 가슴을 터놓고 양국간에 걸쳐 있는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정리할 때 가능한 일이다. 가슴속엔 위안부 문제와 같은 국민적 응어리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진정한 우호관계가 구축될 수 있으며 「미래를 지향」할 수 있겠는가. 벳푸회담때 이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거듭 밝히지만 일본정부는 복지비 송금과 같은 신의없는 속임수로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적 책임을 통감하는 뜨거운 마음만이 피해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정부도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일이 터지면 허둥거리며 뒷북만치는 외교로는 영원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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