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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태산’ 충남/한보 하청업체 피해 4,400억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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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태산’ 충남/한보 하청업체 피해 4,400억 달해

입력
1997.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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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인력 40% 철수 식당도 썰렁/“임금 못받아 설 쇨 수 있을까” 한숨 『오랫만에 짝을 골라 12월에 결혼할 예정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29일 상오 11시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167의 32 (주)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현장. 부도 1주일째를 맞는 한보철강 현장에 냉연설비 협력업체 관리직원으로 일하는 육근호(29·(주)세아중기)씨의 하소연이다.

 육씨는 상반기중 결혼하고 싶다는 약혼녀(26)를 어렵사리 만류해 예식일을 당진제철소 완공이후로 미뤘는데 이 약속이 깨질까 걱정이다. 한보철강의 갑작스런 부도로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데다 회사장래마저 불투명해져 혼인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러나 육씨는 결혼보다 자신의 첫 직장인 회사가 문을 닫지나 않을까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충남·대전권 최대 중기업체인 (주)세아중기는 한보철강 부도로 165억원의 공사비를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세아는 95년 4월 한보 자금압박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당진제철소 B지구 냉연설비 공사에 참여했다. 200여명의 직원·일용직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돼 밤새기를 밥먹듯 했다. 직원들은 서울·대전지역에 있는 집에 두달에 한번 겨우 다녀올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결국 한보철강의 부도로 노력의 결과는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세아측은 설 이전에 공사대금이 지급되지않을 경우 회사 파산은 물론 50여개 재하청업체도 연쇄 부도피해를 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사정은 현대·한국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체를 제외하고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충남권 176개 하청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업체가 입은 물품 및 공사대금 피해액은 29일 현재 877억원(충남도 집계)에 달한다. 1개 원청업체가 최소한 5개이상 업체에 재하청을 주고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최소한 4,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도여파로 숙박업소·음식점 등의 피해도 300억원을 웃돈다.

 한보철강 부도이후 당진제철소 현장에 있던 협력업체 직원의 40% 가량이 철수했다. 부도전 7,700여명이나 됐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 지금은 3,000여명만 남아 있다. 그나마 각종 장비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사태를 보는 협력업체들의 시각은 반으로 갈린다. 『공정률이 95%가 넘어 완공을 앞둔 국가적인 기업을 하루아침에 팽개쳤다』며 정부를 원망하는 측과 『한보측의 방만한 경영이 부도를 몰고왔다』는 한보측 책임론 등 이 그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협력업체들은 하루빨리 당진제철소가 정상화해 직원들에게 체불임금과 설날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5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전기설비업체 흥원전기(주) 신원균 대표는 『임금체불도 문제지만 당진제철소가 수일내 정상가동되지 못하면 충남·대전권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전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송대금 체불에 항의, 5일째 당진제철소 B지구 정문 앞을 막고 트럭시위를 벌이는 철강수송트럭 운전사들이 차량에 내건 「우리가족들은 제대로 설을 쇠고 싶다」는 플래카드는 정부와 한보측을 향한 협력업체들의 절박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 했다.<당진=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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