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동생들 권력다툼 집안분열 하페즈 알 아사드(67) 시리아 대통령의 27년 장기 집권 체제에 균열이 엿보이고 있다. 전립선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아사드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가운데 그의 동생이 파리로 「도피성」여행을 떠나는 등 내홍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서방 관측통 사이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심층부내 권력투쟁의 가능성이다. 아사드 대통령이 아들 바샤르 아사드(31)의 권력 승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곁가지 치기」 등 내부 정리와 집안 단속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바샤르를 「미스터 클린」 「우리의 희망」으로 우상화한 포스터가 다마스쿠스 시내 곳곳에 나붙기 시작한 것이 이 관측을 뒷받침한다. 차남인 바샤르는 아사드 대통령이 일찌감치 후계자로 꼽았던 장남 바젤이 94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후 대타로 키워졌다. 영국에서의 의사 수업을 중단하고 귀국한 바샤르는 군사참모학교에 들어가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경제기획과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며 젊은 지도자로서의 탄탄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철권 통치」의 한 축으로서 정권 유지에 일조하던 아사드 대통령의 동생들은 조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83년 형에게 반기를 든 뒤 프랑스로 망명했다 돌아온 둘째 동생 리파트(59)는 우여곡절끝에 부통령직을 차지했지만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다.
첫째 동생 제밀(64)이 서둘러 파리로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형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한 제밀이 원성을 피해 도망간 것으로 외부에 알려져 있지만 모종의 음모설 때문이라는 것이 파다하다. 즉 리파트의 「힘」과 제밀의 「돈」이 결합해 조카의 등극을 막으려는 기도였거나 이를 간파한 아사드 대통령의 사전 조치였으리라는 것이다. 진상이 무엇이든 70년에 집권, 중동의 갖은 정치풍파를 헤쳐온 아사드 대통령의 시대도 이제 막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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