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8만 중기에 7천만원씩 지원 가능/주택복권 7백30년동안 1등 당첨액수 한보철강의 부도사태로 은행 보험 리스 종합금융사 등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을 모두 합해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빌려간 돈이 날마다 늘어나 최근에는 대략 5조7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월 1백만∼2백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들에게는 감이 잡히지 않는 엄청난 규모다. 그렇다면 도대체 5조7천억원이라는 돈은 얼마나 되는 돈일까.
금융기관들이 한보철강에 5조7천억원을 떼이지 않았다면 97년 한해동안 1천만 서울시민들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의 97년도 일반회계규모가 5조9천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5조7천억원은 올해 정부예산(71조4백6억원)의 8%에 해당되고 서울특별시예산(9조3천47억원)의 61%에 해당된다.
정부예산중 규모가 가장 큰 방위비(14조3천5백5억원)만을 따져보면 한보철강에 들어간 자금의 위력은 더욱 커진다. 국방비중 장병들의 급식비로 들어가는 비중을 30%로 가정한다면 한보철강 투자비만으로 1년 급식비가 완전 해결된다.
최근 경영난을 겪고 하루에도 수십개씩 쓰러지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중소기업청이 추정하는 우리나라 전체의 중소기업수는 8만여개.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하나도 빠짐없이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업체당 7천만원씩 돌아가게 된다.
또 5조7천억원을 손에 쥐려면 무려 7백30년동안 한주도 빠짐없이 주택복권 1등(당첨금 1억5천만원)에 당첨돼야 한다.
5조7천억원이라는 돈은 실제 규모로도 엄청나다. 1만원권(장당 16㎝)을 한장씩 늘어놓으면 길이가 무려 9만1천2백㎞에 달해 서울과 부산을 2백번 이상 왕복할 수 있다. 중형승용차로 이 돈을 운반할 경우 뒤트렁크에 대략 10억원의 현금을 실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5천7백대의 차량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크고 놀라운 사실은 한보철강의 천문학적인 대출금규모를 결국은 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은 월급」에 「뛰는 물가」에 내려앉은 샐러리맨들의 어깨가 더욱 처지는 계절이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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