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제 건강보조식품 「DHEA」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소개돼 없어서 못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합성호르몬제제인 DHEA약제는 장기적인 효능과 부작용이 밝혀져 있지 않아 이상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DHEA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전문가 2인의 견해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긍정적 견해/배철영 경희대 의대 교수·분당차병원 노인병클리닉 소장/소수지만 인체실험통해 효능 인정/값싸고 구입 쉬워 선풍적 인기/복용전에 전문가·의사와 상의해야 편집자>
의사 처방없이도 손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 DHEA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부신에서 생성되는 DHEA는 20대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든다. 따라서 폐경기 여성에게 부족해진 에스트로겐을 보충해 주듯이 DHEA를 공급하면 다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표된 동물실험과 소수의 인체실험을 종합해 보면 DHEA의 효능이 대체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장기 부작용등에 대한 규명이 안돼 있어 이를 보편화하기는 아직 이르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물질에 대해 논쟁을 할 때는 우리의 태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과학적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함은 물론이다. 만일 어떤 물질이 우리에게 잠재적으로 해가 된다고 해서 모두 불법화한다면 담배나 술은 물론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약들도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아스피린은 위궤양과 출혈을, 아세트아미노펜은 간과 콩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지방 아이스크림, 캔디, 패스트푸드 등도 건강을 위해 제한해야 할지 모른다.
DHEA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DHEA의 장기적 효과와 부작용을 규명하려면 DHEA가 체내에서 어떤 요인에 의해 에스트로겐 안드로겐 등의 호르몬으로 바뀌는지, 다른 호르몬과 DHEA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 임상적인 측면에서 논쟁의 쟁점인 DHEA의 적절한 용법, 형태, 용량, 투약경로, 부작용 등도 밝혀야 한다. DHEA가 20년전 논쟁거리였던 에스트로겐처럼 얼마나 시일이 지나야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DHEA를 지금부터 복용할지, 아니면 연구결과를 더 기다렸다가 복용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기다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심사숙고해 DHEA를 복용키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전문가나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DHEA의 기대효과와 부작용은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표되는 인체대상의 DHEA연구결과도 계속 주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앞으로 5∼10년 안에 DHEA의 쟁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 무렵이면 DHEA의 치료적 역할도 확립될 것이다. DHEA가 수명연장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과학은 아직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호르몬이 좀 더 건강하고 오랫동안 살려는 인간의 소망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말자.
◎부정적 견해/임승길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장기적 효능·부작용 안밝혀져/보편화 시기상조 불구 이상 과열/연구결과 좀더 주시하는 지혜 필요
인간답게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그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불로초」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최근 DHEA약제가 「현대판 불로초」로 국내에 소개돼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DHEA는 1930년대에 밝혀진 스테로이드 계통의 물질로 인체의 내분비기관인 부신에서 하루 4㎎정도 분비되는데, 인체내 역할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인체의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내분비기능의 쇠퇴이론이다. 내분비선 중에 연령 증가에 따른 쇠퇴가 가장 뚜렷한 게 부신기능으로 DHEA의 경우 70대가 되면 20대 혈중농도의 10∼15%에 불과하다. 일부 노화연구 학자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DHEA가 암발생 및 심혈관질환 억제, 비만억제, 면역기능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노화연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인간의 노화를 시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적절한 동물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에게 DHEA를 소량씩 투여해 얻은 시험결과가 있으나 아직 초기단계여서 장기적인 효능과 부작용에 관해서는 밝혀진 게 없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팀이 50∼80세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루 25㎎의 DHEA를 3주간 투여한 결과 남녀 모두 혈중 DHEA농도가 청년기의 최대 수치까지 증가했고, 남성호르몬의 증가는 보이지 않았으나 여성호르몬이 부분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처럼 정력증진, 피로도 감소, 수면효과 등은 위약군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노화란 단기간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어서 DHEA를 장기 투여할 경우 예측되는 득과 실이 고려돼야 한다. 긍정적인 효과가 일부 발견돼도 장기 투여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부작용으로는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 및 전립선암 유발, 여성은 유방암 및 자궁내막암 발생 가능성과 남성화 등을 들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꿈인 만큼 장수약제를 찾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따라서 DHEA가 과연 장수제로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폐경 여성의 갱년기장애 치료에 사용하는 여성호르몬 대치요법이 심혈관질환 억제, 골다공증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데 무려 20여년이 소요됐다. 그런데도 아직 부작용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체 호르몬은 혈중에 극히 소량이 존재하며, 일부 내분비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극소량씩 합성한 후 즉시 분비한다. 이는 과다분비될 경우 인체에 매우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DHEA분야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좀 더 주시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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