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 다양한 코스 수십개/자유이용료 3만원선 불과/패러글라이딩·스노보드 트레킹 등 다른 레저도 많아「몽블랑, 봉 부아야주(Mont-Blanc, Bon Voyage, 몽블랑에서 즐거운 여행을)」
눈과 스키, 깎아지른 듯한 산과 빙하. 한니발이 코끼리부대를, 나폴레옹이 대군을 이끌고 세상을 손에 넣으려 혹한과 싸우며 넘었던 유럽의 장벽. 겨울의 그 알프스는 온통 희다. 차가운 공기를 가로질러 햇살이 알프스를 비추면,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샤모니는 마치 신이 펼쳐 놓은 듯한 설경의 병풍으로 둘러싸인다.
유럽의 한파가 지나간 1월 중순 알프스의 한낮은 봄날처럼 따스하다. 알프스의 관문인 샤모니를 찾는 사람들은 가벼운 행장으로 몽블랑의 이곳 저곳을 오른다. 고소증으로 머리가 아플만큼 높은 곳에 올라 대자연의 장엄함과 숭고함, 아니면 공자처럼 「천하가 작음」을 확인하고, 한니발과 나폴레옹의 용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는 스키를 탄다.
그리고 계곡을 구비구비 누비며 짧게는 몇십분, 길게는 4시간 동안 내려온다. 두발로 내려오는 것이 지겨운 스키어들은 스노 보드를 타거나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코스에 도전한다. 하늘에는 패러글라이더들이 구름처럼 떠 있다. 스키를 싫어하는 사람도 설원을 보면 절로 스키화를 신고 싶다.
크리스마스 휴가기간(12월23일∼1월5일)만 피하면 알프스는 한적하다. 발디딜 틈이 없는 국내 스키장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것보다 알프스의 하루가 알차다. 그러나 한겨울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관광이나 트레킹, 등반을 위한 산악인이 대부분이다. 일본의 스키어들은 무리를 지어 하강한다.
스키장비 대여나 스키장 이용료도 싸다. 알프스의 모든 스키장과 리프트, 케이블카와 버스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샴스키」가 성인의 경우 하루에 220프랑(약 3만5,000원). 이틀분은 390프랑으로 장기간 이용할 때는 할인된다. 패밀리 패스도 있다. 샤모니 마을에 「로카시옹」이라고 쓴 스포츠용품점에서 60∼170프랑만 주면 온종일 스키를 빌릴 수 있다.
▷눈을 타는 알프스◁
알프스의 스키 코스는 수십개, 아직 개발하지 않은 곳을 합치면 수백개도 넘는다. 이중 슬로프가 안전하게 개발된 곳은 12곳. 3,842m의 고봉 에기유 뒤 미디에서 출발하는 발레 블랑슈 코스는 길이가 24㎞나 된다. 자연 스키장인 이곳은 아주 숙달된 스키어들만 즐긴다.
해발 3,275m의 레 그랑 몽테와 2,525m의 르 블레방, 그리고 1,894m에서 출발하는 라 플레방이 있지만 모두 케이블카로 올라야 할만큼 높고 가파르다. 현지에 사는 유일한 한국인 조문행(38)씨는 샤모니 남쪽 끝에 자리잡은 르 투르 스키장을 권한다. 경사도 완만하고 폭도 넓어 웬만한 스키 실력이면 탈 수 있기 때문. 가장 높은 해발 2,270m에서 시작하는 것을 포함해 무려 14개 슬로프가 있다. 길이는 2,400∼ 900m까지이며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바로 아래에 있는 보르맨느 스키장은 초보자도 이용가능한 곳. 1,480m에서 출발하는 이 스키장의 슬로프는 3개. 모두 리프트로만 이동한다. 슬로프의 길이도 850∼700m로 적당하다. 그리고 스키장 아래에는 2㎞길이의 평지에 가까운 연습장과 유아용 눈밭이 마련돼 있어 가족끼리 즐기기에 좋다.
▷눈으로 보는 알프스◁
알프스는 케이블카가 모두 「정복」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란 거의 없다. 고소증으로 머리가 어질한 에기유 뒤 미디봉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간다. 54년 개통됐다. 왕복요금은 156프랑(약 2만 3,000원). 샤모니에서 출발해 8분 후면 중간 기착기인 플랑 드 레기유(2,317m)에 도착한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펠레린 빙하 줄기를 감상하며 8분간 올라가면 정상에 다다른다.
절벽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 승강기를 타면 정상 테라스로 올라간다.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대파노라마.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4,807m)을 중심으로 몽 마우디, 쿠르마이어봉 등이 좌우에서 서로 손을 잡고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다시 내려와 빙하굴을 지나 곤돌라를 타면 5㎞ 길이의 메르 드 글라스(얼음바다)와 빙벽의 갈라진 틈을 지나 발레 블랑슈 중앙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엘브로네(3,466m)까지 갔다 올 수 있다. 모두 4시간이면 충분하다.
고소증에 적응이 어려우면 먼저 르 블레방을 오르는 것이 좋다. 스키장이 있는 블랑 프라츠(2,020m)에서 갈아타고 9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왕복요금은 78프랑. 1시간이면 된다.
알프스의 또 하나의 명물은 톱니바퀴로 된 등산열차. 두칸의 빨간색 등산열차가 상오 10시부터 하오 4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숲을 뚫고 몽탕베르(1,913m)를 오르내린다. 시속 10㎞로, 샤모니를 왼쪽으로 내려다 보며 20분 만에 도착하면 작은 굴 속에 수정채굴과정을 전시해 놓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조금 내려가면 메르 드 글라스 속에 파놓은 얼음조각의 최대 예술품인 길이 200여m의 동굴이 나온다. 91프랑이면 모두 타고, 본다. 몽탕베르의 전망은 일품. 끝없이 펼쳐진 얼음바다 뒤편으로 알프스의 3대 북벽중 하나인 그랑드 조라스(4,208m)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발로 걷고,하늘을 날며 보는 알프스◁
여름이나 봄, 가을이면 걸으며 알프스를 즐기자. 트레킹 코스로는 에기유 뒤 미디를 보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다 중간인 플랑 드 레기유에서 내려 산 허리를 타고 천천히 걷는게 좋다. 2시간 30분만에 몽탕베르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얼음바다를 보고 등산열차로 샤모니에 돌아오는 하루 코스가 있다. 색안경과 등산화는 필수품.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겨울에 헬기로 몽블랑 일대를 돌아보는 것도 짜릿하다. 4인승 샤모니 몽블랑 헬기콥터(CMBM)가 깎아지른 듯한 알프스의 계곡사이를 누비며 에기유 뒤 미디를 돌아온다. 요금은 15분에 1인당 500프랑(7만 5,000원).<샤모니(프랑스)=이대현 기자>샤모니(프랑스)=이대현>
◎샤모니/알프스의 관문 인구 9,000명의 작은 마을
알프스 계곡에 새집처럼 들어앉은 샤모니. 몽블랑 등정에 처음 성공한 바르마의 동상이 있는 곳. 정식 지명은 샤모니 몰블랑이다. 1860년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편입된 인구 9,000명의 이 작은 마을은 1년 내내 등산객과 스키어들로 붐빈다.
폭 50m의 아르브강이 마을을 가로 지르고 버스정류장이 있는 광장주변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파카르 거리에만 기념품 가게와 스포츠용품점들이 늘어서 있을 뿐 한적한 시골같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스키와 관광에 관련된 생업에 종사한다.
광장에서 남동쪽 미셸로 300m 거리에 기차역이 있고 그 뒷쪽이 등산열차를 타는 몽탕베르역. 역 왼편에는 샤모니마을의 증인인 700년 역사의 수도원이 있다. 기념품가게 사이에 있는 산악박물관은 샤모니와 알프스 등산의 역사를 정리해 놓았다.
샤모니의 호텔은 20여개. 시설과 서비스, 부대시설에 따라 3가지로 나눠진다. 그중 가장 값이 싼 호텔이 2인1실에 240프랑(약 3만6,000원). 산장같다. 1층에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딸려있다. 아직 한국식당은 없다. 프랑스 치즈요리가 느끼하다면 국내항공사가 기내식으로 나눠주는 고추장을 남겼다 먹는 것도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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