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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는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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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는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한국인터뷰)

입력
1997.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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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비자면제 1∼2년내 해결”/북 잠수함사과·제네바핵합의 성사에 보람/북·미접촉 저의 없어… 한국인 정에 매력3년반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를 28일 상오 대사관 그의 집무실에서 1시간 가량 만나 이임 감회와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 관계 및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2월5일 15명의 손자손녀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향할 레이니 대사는 『평민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 한국 친구들에 대한 애정과 유대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한의 아쉬움을 내보였다.

□대담=김인규 국제부장

―이임 준비로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줘 고맙게 생각한다. 전환기에 주한 대사라는 중책을 수행하며 많은 일을 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기억에 남는 많은 순간들 중 가장 최근의 것으로 잠수함 사건과 관련, 북한의 사과 성명 발표를 들 수 있다. 주변에서는 북한이 특히 한국에 대해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해왔다. 그럼에도 사과를 이끌어 냈다는데 만족스럽다. 또 한가지는 94년 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을 만나 결국 제네바 핵합의를 이끌어낸 일이다. 두가지 모두 쉬운 일은 아니었다. 훗날 이를 되새겨 볼 때 뜻깊고 의미있던 일이라고 판단될 것이다』

―가장 아쉬웠던 일은.

『미국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좀 더 많은 만남을 갖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쉽다. 물론 연설도 많이 했고 한국 언론인들과 자주 만났지만 한·미공조는 어차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인 만큼 「더 노력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클린턴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향후 한·미관계는.

『양국관계의 주된 측면은 안보분야다. 대북정책이 간여(Engagement)로 바뀐 뒤 한·미공조는 어느때보다 더욱 중요하다. 과거 북한에 대한 억제정책때는 힘만 있으면 됐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너무 빨리 접근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북한을 대하는데 있어 두나라는 여전히 긴밀한 협조를 이뤄왔다. 잠수함 침투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사과 성명 발표는 이를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이다. 3주간 워싱턴 서울 뉴욕을 오가며 펼친 노력은 미국이 한국을 결코 앞질러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의 대한정책이 보다 통상문제에 치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한국은 한·미공조라는 안보의 틀속에서 경제성장을 지속, 경제거인이 됐다. 요즘 한국인들은 경제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전세계 국가 중 98%가량은 자국경제와 한국경제를 맞바꾸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한국 경제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 이제까지는 무역에 치중해 왔지만 다음 단계로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 확언컨대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넣거나 불이익을 줄 의도는 없다. 금융 투자부문의 개방은 미국의 신념이다. 미국은 전환기를 맞은 한국경제가 순조롭게 다음 단계에 진입하도록 돕고 싶어 한다』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 시기를 비롯한 앞으로의 북·미 관계는.

『우리가 북한과 접근하는 것은 단지 한반도 문제를 풀기위한 것이다. 한국은 우리의 분명한 동맹국이며 미국의 저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추측은 계속돼 왔지만 합의후 2년4개월이 지나도 개소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장애가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 폐연료봉 봉인작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여명의 미국인이 가있고 앞으로 경수로 사업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만큼 영사업무는 필요한 실정이다. 분명한 것은 내 임기에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웃음)』

―가까운 장래에 남북 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나 미국이 이를 중재할 용의는.

『남북관계는 단계별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우선 공동설명회를 갖고 4자회담이 개최된다면 바로 남북이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런 절차를 밟아나가면 수십년동안 계속된 남북간의 적대의식도 조금씩 풀어질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얘기할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역할은 공동의제를 놓고 남북이 만나도록 돕는 것이다』

―대사께서 임기에 역점을 둬 온 비자발급제도는 어느 정도 개선됐나.

『이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 올 한해 신청될 비자는 75만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4분의 3은 전화 등으로 신청할 수 있고 인터뷰를 필요로 하는 신청자들도 3∼5일내에 비자가 나온다. 한국인들에 대한 비자면제도 1∼2년안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의회에서 다루는 문제이지만 민간인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이 면제국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본 한국인의 장단점은.

『처음 한국에 도착했던 47년 당시 한국의 상황은 매우 어려웠지만 한국인에게선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유머감각과 인생에 대한 정열, 예의, 결단력 등이 그러했다. 한국인의 정과 사랑은 특히 나를 사로 잡았다. 이러한 특징이 바로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만들었다. 미국인들이 한국인에게서 배워야할 게 많다』

―퇴임후 계획은.

『에모리대 명예총장이어서 사무실과 비서는 보장돼 있다(웃음). 하버드대 등 출강계획이 잡혀 있는데 강의를 하며 틈틈이 부부가 여행을 많이 할 계획이다. 15명의 손자손녀와 즐길 시간도 기다려 진다』

―끝으로 한국민에게 하고픈 말은.

『대사로서 한국 근무는 특별한 은혜였다. 특히 양국 모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50년전인 19세 때 첫 인연을 맺어 이번 세번째 근무까지 도합 10년동안 한국에 체류하며 쌓은 한국, 한국인 친구들과의 유대관계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다. 평민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애정과 관계는 계속될 것이다』<정리=윤석민·이상원 기자>

□약력

▲69세 ▲미국 아칸소주 윌슨시 출생 ▲예일대 경제학과 졸업, 신학대학원 석·박사 ▲47∼49년 주한미군 방첩대(CIC) 근무 ▲55년 감리교 목사 안수 ▲59∼64년 한국 선교활동 및 연세대에서 기독교 윤리학 강의 ▲69년 미 조지아주 에모리대 신학대학장 ▲77∼93년 에모리대 총장 ▲93년 이후 현재 에모리대 명예총장 ▲93년 10월∼97년 2월(이임예정) 주한 미국대사 ▲부인 버타 레드포드 레이니 여사와 사이에 2남2녀 ▲저서 「책임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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