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작년 12월 3자인수 결정”/“금융비용 과다”… 정씨 거부로 부도 불가피/은감원 담보유의 권고 산은 추가대출 꺼려정부는 지난해말 한보철강을 제3자에게 인수시킨다는 시나리오를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보그룹의 정태수 총회장이 이를 거부하면 부도처리도 불사한다는게 당시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한승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 이수휴 은행감독원장, 신광식 제일은행장, 정총회장 등의 주장과 해명을 종합해 보면 이같은 결론이 가능하다. 또 이석채 수석 등이 입을 맞춘듯 동시에 해명하고 나선게 다소 의외지만 적어도 ▲돌연한 자금지원 중단 ▲전격적인 부도처리 등 그동안의 의혹이 어느정도 풀린다.
작년 상황은 이렇다. 「은감원은 지난해 10월 한보철강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정기감사에서 여신이 지나치게 많아 채권확보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제일은행을 비롯, 산업은행조차 추가대출을 꺼렸다. 청와대는 12월초 종합적인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이 때까지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부도는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4개은행은 2,15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주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하순께 더 이상 힘들다고 보고 제3자 인수문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는 8일 제일은행 등 4개 은행은 한보에 1,45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뒤이어 주식담보제출 문제로 채권은행단과 정총회장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다 23일 한보는 최종 부도처리됐다. 결국 자금지원을 가급적 억제한 것은 제3자인수방침과 관련된 것이며, 전격적인 부도처리는 정총회장의 경영권포기 거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혹은 남는다.
이석채 수석은 『금융비용만 높지 않다면 사업자체의 수익성은 있었다. 프로젝트 자체보다는 능력없는 사람이 자기 능력에 넘치는 일을 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예정대로 5월에 완공되면 3,000억원 이상의 이익이 기대되지만 연간 금융비용이 5,000억원에 달해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포기할 수는 없고,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3자에게 넘기기로 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거론한 제3자는 포철과 현대였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LG도 거론한다. 이들이 맡으면 정부지원이 없더라도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가가 하나의 의문이다.
동화 동남 대동 등 3개 은행이 20일 교환이 들어온 한보철강 어음이 결제되지 못해 22일 부도가 났지만 하룻동안 이를 은폐했다. 이수휴 은감원장은 『채권단회의가 끝날때까지 유보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도를 가급적 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3일 부도처리도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관계자는 한결같이 『대출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은 94년당시 정부가 100% 출자한 산업은행이 대출하는 것을 믿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작년말에는 산업은행이 대출을 꺼려 몸을 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10월 은감원이 제일은행 정기검사에서 채권확보에 유의하라고 권고했고, 12월에는 청와대가 재경원 은감원 등의 의견을 종합해 제3자 인수방침을 정했다. 설령 대출해주라는 압력은 없었더라도 관련은행들은 최소한 대출을 중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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