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은행장 등 금명 소환할듯/일부선 “서둘러 진화목적” 우려「한보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부도사건이 아니라 현정부 핵심실세들이 거론되는 「국민적 의혹사건」으로 비화함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조기에 규명해 의혹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본격 수사착수 하루만인 28일 한보그룹 계열사와 정태수 총회장 일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 17명을 추가로 출국금지하는 등 「공격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
김기수 검찰총장도 이날 수사상황에 대해 『여러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내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수사결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 이번 사건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압수대상 물건에 한보그룹 계열사들의 회계·경리장부와 대출서류, 어음발행 및 부도현황, 부동산 소유·거래자료 등 주요서류 외에 「사기·횡령·배임·금품제공 등 범죄의 단서가 될만한 자료」를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정총회장 등 한보그룹 관계자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금품제공의 단서를 잡아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특혜대출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직 은행장 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은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는 범죄혐의가 드러나서가 아니라 수사상 필요에 의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범죄혐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신병을 곧바로 확보하기 위해 출국금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의 빠른 수사행보로 볼 때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금명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소환에 앞선 사전작업으로 압수수색과 함께 한보와 은행관계자들을 곧바로 참고인으로 소환, 대출경위와 대출금 사용처 등을 추궁했다.
특히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한보 및 정총회장 일가의 금융계좌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검찰이 수서사건과 비자금사건 등의 수사에서 정씨 일가의 금융계좌 내용을 상당 부분 확보했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이같은 빠른 수사진행에는 국민적 의혹을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 말고도 국회의 국정조사가 시작될 경우 수사지연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현정부 최대의 정치스캔들로 비화할지도 모를 이번 사건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 수사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된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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