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작은 도서관을 많이 지어야 한다/김수종(이렇게 생각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은 도서관을 많이 지어야 한다/김수종(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7.01.29 00:00
0 0

서울 여의도광장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공원으로 만든다니 반가운 일이다. 남산의 외인아파트를 철거하여 공원을 만들었고 다른 시설도 철거하여 빈약한 서울의 녹지를 늘려갈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나 광장을 철거해 공원으로 만들고, 훌륭한 공원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세금이 사용된다. 과연 이 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은 없는가.학생 때 공공도서관에 가려면 새벽에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들어가면 잠시 나오고 싶어도 다시 줄을 서야하니 나올 수도 없었다. 주로 시험 때 공부방으로 이용되는 대학도서관은 부지런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도서관 시설이었다. 19개나 되는 대학도서관들…. 시설도 대부분 개가식이어서 편리했다. 자리가 부족해 줄을 서지 않았으며 대학원과 단과대학 도서관들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면서 24시간 개방되는 곳도 있었다.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책대출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주말의 시립도서관은 우리 가족의 휴식처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놀이공간이 있는 열람실에서 놀면서 책을 보았다. 걸어서 5∼10분 거리의 동네 도서관은 작은 규모였으나 매우 이용하기 편리한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어떤 이는 『미국은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이니 우리도 그때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의 국민소득이 우리의 지금보다 못했을 때도 지금 같은 도서관을 갖추고 있었다. 선진국은 국민소득 뿐만 아니라, 시민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서관시설로도 평가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내가 다닌 중고교에는 일제 때 지어진 좋은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에는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문구가 우리를 고무시켰다. 그곳에서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나는 「어른이 되면 우리 사회에는 더 좋은 도서관이 많이 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아 씁쓸하다.

우리에게는 할 일이 많다. 국방강화와 도로건설, 환경개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과 국민을 위해서는 먼저 소규모 도서관이 많이 지어져야 한다. 큰 도서관보다는 이용하기 편리한 소규모 도서관이 필요하다. 동사무소 2층도 좋고, 단독 주택부지에 100∼200평 규모로 신축한다면 큰 예산없이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도서관은 밤 늦게까지 불을 켜주고 냉·난방시설을 하여 자원봉사자들도 참여시키자. 항상 입시와 과외에 쪼들리는 학생들에게 틈틈이 책을 읽을 기회를 주어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자.

몇천억이 드는 기념비적 사업보다는 작지만 정말로 필요한 시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저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머릿돌 종합건축사무소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