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전 행장·이형구 전 총재 주조사대상/수사진행따라 정치권·행정부에 확산될듯검찰이 28일 한보의혹사건에 본격적인 수사의 칼을 빼들면서 출국금지자도 정태수 총회장 등 한보그룹 핵심관련자들과 전·현직 은행장 등 30여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출국금지조치가 곧 이들의 범죄혐의를 의미하거나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많은 사람들을 조사대상이라는 울타리내에 가두어 놓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규모와 폭발성을 암시하고 있다.
문민정부들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은 물론 덕산그룹 부도사건 등 검찰이 손댔던 굵직굵직한 사건은 많았지만 국책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의 전·현직 총재 및 행장 8명이 한꺼번에 출국금지된 것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검찰수사의 초점은 일단 이들 은행이 한보그룹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비리나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은 재임기간(93년 5월∼96년 4월)중 다른 시중은행들이 한보에 신규대출을 꺼리는데도 무려 8천억원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조사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이 기간 제일은행의 한보여신은 93년 2백40억원에서 94년 5천2백억원, 95년 8천5백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이씨는 또 95년 부도난 유원건설을 한보에 넘겨주었으며 한보의 당진제철소 1차 완공식에 직접 참석, 정총회장과의 끈끈한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효산그룹 등에서 대출커미션 2억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심계류중 보석됐으나 한보그룹의혹이 불거지자 잠적했다.
이씨의 친동생 이완수씨는 93년 3월 한보그룹의 임원으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제일은행과 한보를 이어주는 자금끈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다 이번에 형제가 나란히 출국금지자 명단에 포함됐다.
산업은행총재 시절의 비리로 95년 5월 노동부장관 재직시 구속됐던 이형구씨도 출국금지자명단에 올랐다. 이씨는 산은총재 재임기간(90∼94년) 한보에 시설자금을 대폭 늘려준 배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산은대출는 일반은행보다 이자가 싸고 상환기간도 길어 「대출=특혜」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이씨는 93년 6백50억원에서 94년 2천7백억원으로 대출규모를 늘렸으며 국책은행이라는 점에 비춰 고위층의 개입여부가 규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산은총재시절 덕산그룹 등 11개 기업에서 대출대가로 3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8·15특사로 사면됐으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산은대출의 악몽에 다시 시달리게 됐다.
무더기로 출국금지된 한보그룹 임원들은 대부분 한보철강공업 등의 자금관리에 관여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김종국 전 그룹재정본부장은 정총회장의 측근으로 금융권접촉과 그룹 전체의 돈관리를 맡았다는 점에서 한보자금의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출국금지된 사람들은 한보그룹 임원과 은행관계자들로 상당수가 한보의 금융커넥션에 직접 간여하지는 않은 참고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보커넥션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이나 행정부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 출국금지자의 명단은 더욱 화려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송용희 기자>송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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