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선진화위해 노동법 변칙처리/국제적 기준 미달 해결과제로 지적최근 유럽 내 언론보도의 대부분은 노동법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이 선진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크게는 두 가지 사례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우선 노동관계법의 변칙처리 과정을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민주주의적 정치발전이 없이는 안정적 시장경제 발전의 틀을 확립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갖고 있는 확고한 시각이다. 유럽 각국에서도 구조적 실업, 장기경기침체 및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려는 취지의 각종 법안들이 오래 전부터 의회에 산적해 있다. 집권여당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이 법안들을 졸속처리하기 보다는 시일을 끌더라도 국민적 여론의 수렴과 제도 질서의 토착화라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하여 이곳 언론, 노동단체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당초 한국이 OECD 가입과 함께 약속한 「국제적 기준」의 일부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인권보장,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등의 기준미달을 들 수 있다. 지난주 OECD 산하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의 회의에서도 1차적인 관심이 여기에 모아졌다. 주지하듯이 OECD의 핵심적인 기능 및 역할의 하나가 바로 회원국들의 경제운영 전반에 걸친 상호 조언과 권유의 교환이다. 이는 내정간섭이 아니며 오히려 OECD의 가장 큰 이점일 수 있다. 과거 다른 회원국들 내 이해집단의 연대지원을 목적으로 항의나 시위를 하더라도 당사국이 국내법을 내세워 강경하게 대처한 예는 거의 없다.
OECD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으므로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회원국 내 여론의 비판을 외면해도 상관이 없다. 때로는 한국의 급속한 성장이 유럽 내 만성적인 실업에 일부 그 책임이 있다고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왜 OECD에 가입했고 국정목표로 추구해온 세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되씹어 볼 필요는 있다.
여기서 외국 언론이나 OECD의 권고에 밀려 우리의 주체성을 포기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외국의 좋은 것을 받아들여 우리의 문화와 토양에 맞게 잘 활용함으로써 선진화를 앞당겨 보자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일부 언론은 이번 노동법 사태가 정치 사회위기로 이어져 「한국적 기적」의 시대가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노동법 개정에 이의를 달고 있는 많은 논자들이 형평 조화 및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음미할 가치가 있다. 다른 말로는 국내 경제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노사관계의 변화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는 의미도 된다.
솔직히 노동관계법의 개정이나 노동시장의 신축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산업구조 조정이나 경쟁력제고가 기대될 수 없음을 시인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력강화를 막는 요인들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정부의 조직 기능 및 역할도 달라져야 하고 기업의 기강도 새로워져야 한다. 한국적 여건에 맞추어 행정의 효율을 높이고 또 경쟁정책 기업집단정책 산업정책 토지정책 등의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의 틀을 바꾸려는 정부의 의지와 실천노력이 더욱 아쉽다. 비용절감 전문화 기술개발 경쟁규칙준수 조직개편 등 기업의 혁신의지는 아직도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노동관계법의 개정에서도 불가피성은 인정하나 동시에 실질적인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나 기업의 사회적 기여의 측면에서 유럽제국의 우를 답습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후발자의 이익을 살려 나갈 수 있는 한국적 모형의 개발이 요청된다.
끝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적 과제들을 순리대로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무엇보다도 정책기조를 분명히 하고 정책수행시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가 이해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