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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정국(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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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정국(지평선)

입력
1997.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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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은 특히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독재체제의 억압에다 별다른 놀거리가 없다는 점에도 그 까닭이 있지만, 무엇보다 혹한의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생활환경 탓이 크다. 그래서 모스크바의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갈 때면 술에 취해 동사한 변사체가 아침 길거리에서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이장훈 한국일보 전 모스크바특파원 저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한국문원간).러시아에서는 남자가 환갑을 넘기면 오래 살았다고 한다는데 그것도 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옐친 대통령은 지금 65세다. 강대국 지도자로서 한창 경륜을 펼 나이지만, 불행히도 러시아인으로는 평균수명을 넘긴 늙고 병든 한 노인에 불과하다. 알코올 중독에 이를 만큼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크렘린으로 돌아왔던 옐친은 2주일도 못돼 독감에 걸린 것이 폐렴으로 발전해 입원한 뒤 아직 병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그가 앞으로도 두달은 더 병원신세를 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도한 음주벽으로 간경변 상태인데다 신장도 나쁘다. 심장 수술 후 조심해야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고 조금씩 술을 입에 대다가 독감에 걸린 것인데, 폐렴은 몸이 쇠약한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번지고 있는 독감이 폐렴으로 발전해 죽은 노인이 벌써 130명이 넘었다.

러시아는 지금 옐친의 와병으로 작년 여름 선거 이후 「대통령이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국정 마비상태가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일들이 최고통치권자의 결단없이 대리인들에 의해 임시변통으로 꾸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통령선거에 나올 사람들은 우선 자신의 나이와 건강이 격렬한 선거전을 넉넉히 견딜 만한지, 당선후 21세기의 한국을 개척할 만큼 활기와 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한번 되돌아 보기를 권하고 싶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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