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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사회과학원 이사장(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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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사회과학원 이사장(한국인터뷰)

입력
1997.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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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한국학 연구 꽃피게 할터”/20억 인구 중국대륙에 ‘참모습 알리기’ 9년째/북경대학 연구소 설치 등 학·정계서 상당한 성과/‘한국뿌리’ 아는 나라 드물어… 정부서도 관심둬야「현실에 살지말고 역사에 살라. 정의와 진리와 선은 반드시 이긴다」는 좌우명을 갖고있는 김준엽(77·전 고려대 총장) 사회과학원 이사장 겸 대우학원 이사장. 『민족정기를 세워야 국가도 산다』는 소신을 지켜오고 있는 김이사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김이사장이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1년여 만이다. 그는 고려대 총장에서 물러난뒤 순수한 학술연구단체인 사회과학원 이사장을 맡아 9년째 중국내 한국알리기에 정열을 쏟고 있다. 틈나는 대로 중국을 오가며 「외교관」역할을 하고 있는 김이사장을 만나 인생철학과 중국내 한국알리기 등 최근 활동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대담:김진각 기자

―지난 1년여동안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일체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근황도 궁금합니다.

『학자의 길은 책속에 있다고 하질 않습니까. 총장때 일에 쫓겨 등한시 할 수 밖에 없었던 중국관련 연구와 저술활동에 몰두하다보니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팔순을 앞두고 생의 목표를 하나 더 세웠습니다. 해외에서 한국학연구의 꽃을 피우게하는 것이지요. 특히 중국은 1차 대상입니다. 지난해에만 5차례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건강이 허락해주니 감사할 뿐입니다』

―이사장의 정열적인 중국내 한국알리기 활동을 두고 지인들은 총장에서 외교관으로 변신했다고들 얘기합니다. 중국에 유독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국은 3·1운동의 소산인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설치됐던 곳입니다. 임정의 혼이 배어있는 나라를 외면할 수 있습니까. 물론 저의 전공(중국사)이기도하고 제가 광복군활동도 했기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한국의 역사를 정확히 알려 왜곡된 한일관계를 바로 잡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88년에 39년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작한 활동이 올해로 만 9년째 되면서 학계·정계 등 다방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합니다』

―이사장께서 추구하시는 중국내 한국알리기를 소상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20억 중국 대륙인에게 한국의 참모습을 심어주자는 것이지요. 중국의 학자와 젊은학생들에게 가감없는 한국역사를 알리는게 급선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91년 베이징(북경)대학부터 시작한 한국학연구소 개소는 이런 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정년퇴직했지만 미국 하버드대학의 바그너 교수와친분이 있습니다. 58년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가 있을 당시 그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역사를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인에게서 배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그너 교수의 말은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 한국알리기를 결심한게 바로 그때였습니다. 하지만 결심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는 무려 30년이 걸렸습니다. 고려대 총장직을 떠난뒤 89년 사회과학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겨우 실천할 수 있었지요』

―중국대학에 있는 한국학연구소의 입지가 상당히 강화됐겠습니다. 현황과 연구성과를 소개해 주십시오.

『94년까지 베이징(북경)대, 항저우(항주)대, 푸단(복단)대, 산둥(산동)대, 랴오닝(요녕)대, 베이징언어문화대 등 모두 6개대학에 한국학연구소를 설치했습니다. 국제교류재단 대우재단 진로문화재단 등의 힘이 컸습니다. 연간 5만달러를 이들 대학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특색있는 한국학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베이징대가 고전 등 국내전통문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고 상하이(상해) 푸단대는 임정관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일년에 한차례 각 연구소의 연구실적을 알리는 학보가 발행되고 있고 매년 각 대학 대표자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중국에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만 800명에 이릅니다. 더구나 이들 대학의 한국학연구에 고무된 45개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개설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학연구의 중심이 되는 대학이 있을텐데요. 선정기준을 듣고 싶습니다.

『베이징대학입니다. 정치·경제의 중심이고 연구수준과 학생의 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 대학이지요. 중국의 수도에 위치한 국립대학부터 한국을 알리는게 순서라고 판단했습니다. 후원재단에서도 이견이 없었습니다만 대학측의 거부로 연구소를 개소하는데 2년이나 걸렸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은 대단했습니다』

―한국알리기 노력이 학문적인 접근에 국한된 것인지요. 아니면 정치·경제 분야로의 확대를 위한 「포석」인지요.

『표면상으로는 연구에만 국한될 지 모르지만 국가경제 발전에 적지않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한 학자와 학생이 정계나 업계로 진출하게 되고 이들이 소위 「한국통」이 될 게 분명하지요. 이런 점에서 굳이 정치·경제적인 접근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양국교류에 큰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중국연구는 어느단계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 나라를 아는 지름길은 그 나라 언어와 민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국내에는 많은 대학에 중국어과가 있지만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학자와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구는 활발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적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고 중국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중국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견지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개인적인 구상이 있는지요. 정부가 해야 할 몫은 무엇입니까.

『중국의 한국학연구 업적이 쌓일수록 중국은 우리쪽으로 한 걸음 다가옵니다. 학문의 성장이 정치 경제의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지요. 정부차원에서 해외에 한국학연구 붐을 일으키는 방안을 수립할 시점이 온 것같습니다』

―중국 등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한국의 위상은 어느 수준이고 잘못 인식된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한국의 현주소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뿌리를 제대로 아는 국가가 드뭅니다. 지반이 약한 건물은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독립운동 등 한국인의 끈질긴 역사를 알리는 밑바탕에서 근·현대사를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한국침략사는 정부차원에서 반드시 점검하고 제대로 알리는게 시급합니다』

―이사장께서 낸 회고록 「장정」이 중국에서 중국어판으로 번역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앞서 번역된 일본어판보다 훨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는데 현지 반응을 소개해 주십시오.

『장정은 85년 3월 고려대 총장을 타의에 의해 물러난뒤 3년여동안 총장시절과 「실업자」 시절을 다뤄본 자서전입니다. 95년 10월 항저우에서 중국어판 출판기념회를 가졌는데 국내에는 뒤늦게 알려졌나 봅니다. 장정 중국어판을 읽어본 사람들은 사료적인 가치와 함께 일본의 한국침략당시 한·중 양국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내 고려대 교수와 총장재직 시절을 회상하는 제5권을 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평생 연구에 몰두할 것입니다. 중국사 연구와 저술활동을 계속하고 1단계 작업이 마무리된 중국내 한국알리기 2단계 작업을 시작할 작정입니다. 우리나라 학자와 학생들의 중국 연구활동 및 유학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중국내 5, 6개 대학에 추가로 한국학연구소를 설치하고 프랑스 영국 스위스 폴란드 러시아 등지 대학에도 한국학연구소를 개소할 생각입니다』

□약력

▲1920년 평북 강계 출생 ▲44년 학병으로 중국에 끌려갔다 탈출해 상하이(상해)에서 광복군 활동 ▲49년 중국 국립중앙대 대학원 수료 ▲49∼82년 고려대 교수 ▲82∼85년 고려대 총장 ▲88년 10월 사회과학원 이사장 ▲89년 4월 대우학원 이사장 ▲저서 「중국공산당사」 「한국공산주의 운동사」 「장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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