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대만서 도입조건 받는 대가/처리장 건설비 절반밖에 안돼북한이 대만에서 들여오는 핵폐기물을 평산지역의 폐광에 처분할 경우 서해까지 방사능에 오염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북한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유력한 황해북도 평산지역은 지하수맥이 발달돼 바다로 연결된 지하수가 오염되면 서해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국내 과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자원연구소 환경지질연구부 성익환 박사는 『평산지역에 대한 지질조사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수가 풍부해 이 지역의 지하수가 오염되면 개천이나 강을 통해 지표수도 오염되고 서해로 유입, 서해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는 특히 중국과 우리나라에 둘러싸인 만이어서 바닷물의 순환이 안돼 방사능이 그대로 누적된다는 것이 성박사의 설명이다. 서해가 오염되면 어패류의 오염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시간 문제이다.
대북경수로와 관련해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관계자도 『신포지역에 대한 지질조사결과, 북한도 우리나라처럼 지하수가 풍부한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평산 폐광에 적절한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지하수 오염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술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시간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한은 폐광에 폐기물을 그대로 방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서해의 방사능오염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한이 핵폐기물 도입조건으로 지불받는 대가는 폐기물 처리장 건설비 4,000억원의 절반 밖에 안되는 2억2,200만달러(약 1,929억원)에 불과, 북한이 폐기물을 안전시설을 갖춰 정상으로 처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처분장 건설기간은 적어도 4년이상 걸리지만 폐기물 반입이 곧 이뤄질 전망이다.
핵폐기물을 폐광에 묻는 사례는 독일이 있으나 독일은 안전시설을 갖추었을뿐 아니라 주변지반이 암연광으로 단단하고 지하수 함유량도 극히 낮아 보관장소로 적당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독일 외에는 광산에 핵폐기물을 처분한 경우는 전세계에서 예가 없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광산은 갱내 균열이 많고 지하수 유출이 심해 폐기물을 처분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질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국원자력환경기술원 장인순 원장은 『우리나라는 화강암이 많아 풍화가 심하고 지층·파쇄대가 많아 광산을 폐기물처리장으로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처리장으로서 갖춰야 할 안전시설이 완벽하지 않으면 국토전체가 오염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위해 91년 남한지역 폐광 90개의 활용성을 분석한 결과, 남한에서는 처리장으로 적합한 폐광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4년 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됐던 인천 옹진군 굴업도도 단층지역으로 판명돼 취소됐었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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