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은 제일과 맞먹는 규모100% 정부출자기관인 산업은행이 산업리스 산업증권 산업렌탈 새한종금(작년 11월 거평그룹이 인수) 등 4개 자회사까지 총동원, 한보철강에 대해 집중적인 자금지원(총 1조208억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은행은 특히 다른 시중은행까지 한보철강 지원에 적극 끌어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인인 산업은행이 한보철강에 대한 자금지원을 주도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정부가 이번 한보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27일 채권금융단 등이 집계한 산업은행과 자회사의 한보철강에 대한 자금지원현황을 보면 산업은행 8,326억원, 산업리스 1,360억원, 산업렌탈 200억원, 산업증권 250억원, 새한종금 75억원 등 모두 1조208억원으로 한보철강에 대한 전 금융권 여신의 20.7%를 차지했다. 이는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여신금액인 1조544억원(21.3%)과 맞먹는 규모다.
산업은행의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규모는 93년까지 654억원수준에 머물다가 94년부터 급증, 2,72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95년 4,551억원으로, 96년에 8,034억원, 올 1월 현재 8,326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산업은행이 한보철강에 대한 집중적인 자금지원에 나선 94년 당시 총재는 이형구 전 노동부장관이었다.
「수서사건」이후 은퇴했던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현 정부출범후인 93년 경영일선에 복귀한뒤 산업은행의 본격적인 자금지원과 함께 그전까지 여신이 거의 없던 제일 조흥 외환은행이 한보지원에 동참했다. 제일은행은 93년만 해도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액이 247억원에 불과했으나 94년에 5,245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외환은행도 93년 여신액이 전혀 없다가 1,912억원으로, 조흥은행은 93년 7억원에서 94년 2,393억원으로 늘었다.
당시 산업은행과 한보철강에 자금지원을 했던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94년 당시 한보에 지원한 것은 150만달러짜리 시설재 도입용 외환자금만 있었을 뿐이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뀐 95년부터 제일은행이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을 주도했다. 한편 정총회장은 이날 『산업은행이 부도직전 3,000억원을 지원해주지 않아 부도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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