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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국 인텔(미 기업 이렇게 불황 넘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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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국 인텔(미 기업 이렇게 불황 넘었다:1)

입력
1997.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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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수록 더 과감한 투자/R&D 투자액 연 21%씩 늘려 386→486→펜티엄 잇달아 개발/세계 컴퓨터칩 시장 80% 석권80년대 일본에 밀려 2등국가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던 미국의 경제는 90년대 들어 다시 정상의 위치를 회복했다. 반도체 자동차 금융 철강 석유화학 등 각 산업분야에서 엄청난 다운사이징과 기술개발 투자를 한데다 경쟁력 회복에 정부와 노사가 한 마음으로 뭉친 덕택이다.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경제의 올해 최고 과제는 경쟁력 회복이다.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참고방안의 하나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 회복과정을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세계 최대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실리콘 밸리의 신화를 다룬 논픽션 소설 「우연의 제국」의 주인공들 가운데 하나다. 68년 39세의 과학자 고든 무어가 「실리콘 칩의 용량은 18개월마다 2배로 커진다」는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창업한 이 회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 개발로 세계 컴퓨터 칩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D램 반도체 가격이 폭락, 한국 업체들이 울상이었지만 인텔은 펜티엄 칩이 돌풍을 일으키는 바람에 전년 대비 40%의 순이익을 올리며 신화를 재창조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인텔 본사는 겉보기엔 무척 허술했다. 정문엔 경비원도 없었다. 펑크 스타일을 하거나 청바지 차림의 근로자들이 간단히 출근체크만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조립식 건물에 칸막이만 설치했을뿐 으리으리함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엔지니어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서류를 뒤척이고 있었다. 그런데 외부인에겐 달랐다. 복도 입구는 물론 중간중간에서 보안요원들이 몇 차례나 가방을 샅샅이 뒤졌다.

현대의 컴퓨터 혁명을 리드하는 기업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업이 갖기 쉬운 권위주의와 형식주의를 배격하고 모든 직원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한다. 창의성이 최첨단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고, 남보다 한발 앞선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오늘의 인텔을 만든 것이다. 회사의 정보와 기밀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철저히 막는 것도 기술이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인텔 인사이드」는 내부인에겐 엄청난 창의력이 폭발하는 용광로지만 외부인에겐 금단의 지역이었다.

인텔은 80년대 중반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미국의 핵무기 발사장치까지 파고들 때 살아 남기에 급급한 적이 있었다.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했으며 직원의 봉급을 깎아야 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투자만은 등한히 하지 않았다. 총매출의 14.3%를 신기술 개발에 과감히 부어넣었다. 매출액 신장률 40%로 호황을 구가했던 지난해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8.0%인 것에 비하면 모험에 가까운 투자였다.

인텔의 칼 에버렛 수석부사장은 『인텔은 불황기에도 R&D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면서 『호황기때 다가올 불황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고 말했다. 그때 개발한 신기술은 386 컴퓨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 더이상 D램 시장은 일본의 공세를 이겨낼 수 없어 일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컴퓨터 칩에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이 성공, 인텔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것이다. 「인텔 인사이드」로고는 386에서 486으로, 펜티엄으로 발전, 세계 컴퓨터 칩 시장의 80%를 석권하고 있다.

기술 하나로 성공한 기업인 만큼 기술 개발에 대한 인텔의 열정은 남다르다. 85년 불황 이후 10년동안 인텔은 R&D 분야의 투자액을 연평균 21%나 늘려왔다. 신제품이 나온지 1∼2년이면 경쟁사의 복제품이 나오는 현실에서 보다 새롭고 앞선 기술만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성공 배경에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인텔의 그로브 사장과 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E메일로 수시로 대화하는 막역한 사이다. MS사의 「윈도 95」와 인텔의 펜티엄 칩이 지난해 컴퓨터 시장을 주도한 것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상호 보완성 덕분이다.

인텔의 전망은 밝다. 데이터 퀘스트 연구소의 조지 아이워닉 수석연구원은 『올해도 PC 시장의 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15∼1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여건도 좋지만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무어 회장의 기술우선주의가 인텔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는 것이다.<실리콘밸리=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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