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파동·달러 강엔 약 환율요인 이어 ‘엎친데 덮친격’/성장·물가·국제수지 모두 악영향… 경기회복 지연 우려올해 우리 경제가 한보부도사태라는 암초에 걸려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한보그룹 부도가 터져 경제운영에 대한 정부의 운신폭을 더욱 좁게 하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지속이라는 환율요인에다 노동법 파동까지 겹쳐 경기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불과 10일전에 발표했던 올해 경제운영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외 여건을 분석해볼때「성장률 6%내외, 경상수지적자 140억∼160억달러, 물가상승률 4.5%수준」을 달성하기가 쉽지는 않으며, 이를 지키려고 무리할 경우 오히려 경제체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보부도는 우선 물가안정과 경상수지적자 개선을 위해 긴축적인 정책을 선택하겠다는 정부의 기본방침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연쇄부도 및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서는 시중에 자금을 많이 풀지 않을 수 없다. 설을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는 한보부도후 며칠동안 6조원을 추가로 공급했다. 예년에 비해 2조∼2조5,000억원이 많은 규모다. 이같은 설자금은 설 지난후 대부분 회수된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설 비용이 아닌데가 금융기관 위축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돈을 계속 공급하지 않을 수 없어 경기자극과는 상관없는 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풀리게 된다. 재정경제원 관계자가 『한보부도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돈으로 메울 수 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보부도는 금융기관 등에 대한 문책이나 사정을 가져올 것으로 보여 정상적인 기업들도 금융기관을 이용하기가 어렵게 돼 경제가 예상외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도를 떨어뜨려 해외자금 차입금리를 높여 고금리 해소와는 정반대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도 큰 부담이다. 25일 현재 엔화는 달러당 118.90엔으로 올해들어 2.3%나 떨어져 47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지속되는한 달러보유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엔화약세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이날 원화는 달러당 854.10원을 기록, 1.2% 절하에 그쳤다. 그동안 원화절하가 그나마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해왔으나 이제는 엔화의 절하속도가 원화보다 훨씬 빨라 반도체 철강 유화 등 주력 수출상품의 수출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원화의 평가절하로 수입원자재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국내물가를 위협하고 있는 반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같은 요인들은 결국 경기회복세를 꺾어 성장률을 더욱 낮추고 물가를 상승시키며 국제수지적자규모를 더 늘어나게 할 우려가 있다. 2·4분기말이나 3·4분기초에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당초 전망은 기대하기 힘들며, 성장률이 1·4분기 5%대, 2·4분기 4%대로 떨어져 내년에 들어서도 회복기미를 체감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장률은 낮아져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는 반면 물가는 뛰고 경상수지적자는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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