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적 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를 되살려내기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환상을 깨는 것이다. 88올림픽을 전후해서 이른바 단군 호황이라던 시기를 거쳐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마치 선진국이 다 된 듯한 착각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문민정부 출범후부터는 정부나 기업이나 일반국민들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최면이라도 걸린듯 집단적으로 선진국 환상에 도취돼 목전에 위기를 맞고도 깨어날 줄을 모르고 있다.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서둘러 가입한 것이나 툭하면 세계 중심국가니 세계 5대 강국이니 하는 허황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나 먹고 놀고 쓰는데 열중하는 과소비 현상이 모두 그러한 착각과 환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000억달러 외채의 주범이랄 수 있는 분수에 넘친 무절제한 개방도 선진국 환상이 초래한 결과다.
어느 모로 보나 선진국과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우리나라가 스스로 선진국이 된 듯 착각하게 하는 근거는 우리도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뿐이다. 그것 말고 문화나 의식수준이나 사회제도나 정치수준이나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선진국 운운하는 단 하나의 근거랄 수 있는 그 1만달러도 실제 소득 기준으로 따져보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20∼50년이나 뒤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1만달러를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선진국들이 이 수준에 도달한 시기를 분석해 본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40년대, 캐나다는 50년대,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은 60년대, 일본은 70년대이고 홍콩과 싱가포르도 80년대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중진국에 불과하다. 실력도 없는 중진국이 선진국이 다 된 듯 온 나라가 흥청망청 놀고 쓰는데만 열중을 했으니 오늘의 경제위기는 당연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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