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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한국적인가/이윤택 연극연출가(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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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한국적인가/이윤택 연극연출가(1000자 춘추)

입력
1997.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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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독일 유명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지 도쿄특파원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일본에 주재하면서 한번씩 한국에 지면을 할애하는 입장인듯 하다. 그는 내게 물었다. 『무엇이 한국적인가?』 그의 이 물음 속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적이랄 수 있는, 독자적인 삶의 양식을 발견할 수 없다는 시각이 깔려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아울러 민속의상을 입고 부채춤을 추거나 사물놀이 연주같은 것을 한국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단서가 깔려 있는 물음이었다. 그건 지난 문화의 유산일 뿐이다. 지금 이곳 동시대의 삶을 살아가면서 당신들이 한국적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비판적 지성을 대변한다는 언론인이 던지는 이 질문은 사실 나를 상당히 당혹하게 한다.

일본 어느 거리에 가도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어도 신사가 있고, 식당이나 거리 간판 하나에도 「일본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 나의 여행경험에 비추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국을 비교해 봐도 지하철 역의 구조나 건축양식까지 차이가 난다. 그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별스럽게 한국적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전통문화유산 외에 한국적이라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침 그 자리에 동석했던 연극평론가 구히서씨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이나 인도네시아처럼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형식은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인식과 정서는 분명히 있다. 그것이 독일인인 당신 눈에는 잘 발견되지 않을 뿐이다. 사실 우리도 무엇이 한국적인가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니까』 그의 대답은 지금 우리의 난감한 입장을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이 한국적인가 잘 모르면서 살고 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뿐 젊은 세대 상당수는 관심조차 없다. 어떤 이들은 아예 이렇게 말한다. 『한국적이라고 내세워서 성공한 예술은 없다. 이제 우리 것 내세우는 일 그만하자. 좀 더 미래적이고 세계적인 그 무엇이 중요하지 않는가』나는 이런 발상이 자칫하면 국제미아의 세계시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식적인 질문을 애써 해본다. 무엇이 한국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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