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금·재 총체적 유착 정설/“행장 인사권 쥔 정계 특혜입김/은행 후원자 얻고 떡고물 챙겨/방관 재경원·은감원도 연결고리 의혹”한보그룹에 대한 5조원대 부실대출은 정치권과 관계 금융계 재계 등 「정·관·금·재」의 유착구조에서 비롯됐다는게 정설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증폭되고 있는 한보의혹을 풀기 위한 실마리는 이들사이에 존속하고 있는 거대한 비리의 먹이사슬을 밝혀내는 데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는 정치권의 직·간접적 개입 없이 한보그룹에 상식을 넘어선 대출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장 인사에 깊숙히 간여, 금융계를 장악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사실상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고 정치권은 이를 이용,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대주는 기업에 대한 특혜대출을 종용한다. 이같은 현상은 현 정부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비리혐의로 구속된 모은행장이 94년 은행장 선임당시 은행감독원의 「부적절판정」에도 불구, 전격적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민주계 실세인 모의원이 그를 적극 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따라서 「로비의 귀재」로 이름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거액대출을 끌어쓰면서 정치권의 힘을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는 『한보에 대한 특혜대출은 처음부터 정치권과 기업간의 대출금 나눠먹기에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수서사건(91년)에서처럼 정총회장의 로비대상은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까지 포함, 국회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총회장이 권부의 핵인 청와대에 로비의 손길을 뻗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효산그룹 대출을 알선해 구속되고 수서사건때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이 수서지구 용도변경에 개입, 구속되는 등 이미 선례가 있다. 청와대는 재정경제원 등의 「한보의 회생불가능」의견에도 불구, 부도직전까지 『국가기간산업은 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견지해오다 사실상 부도처리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광식 제일은행장이 한보철강 부도처리때 청와대의 「최종방침」에 따른 것만 보더라도 수조원대의 대출과정에서 최소한 청와대의 용인을 얻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등 금융기관 업무를 직접 감독하는 「통제창구」인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 등도 「한보커넥션」의 연결고리를 제공했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재경원과 은감원은 95년부터 불과 2년만에 2조원의 금융권 자금이 한보로 흘러가는 동안 부실대출에 제동을 걸지 않았으며 작년 12월 『대출에 신중하라』는 정도의 주의만 주는데 그쳤다. 95년엔 정기검사를 해놓고 아예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모 전직 기관장이 한보대출의 총대를 멨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또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인허가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은 부실대출로 정·관계의 후원세력을 얻고 대출알선자와 대출기업사이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커미션)을 챙긴다. 지난해 1억원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된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등 10여명의 은행장도 이같은 유착관계가 드러나 중도하차했다. 그러나 금융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행장만 희생양이 돼 중도퇴진하거나 구속되는 등 금융비리를 둘러싼 「정·관·금·재」의 유착관계는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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