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1,000여업체 ‘최대 피해’/피해액 1,300억… 갈수록 늘어날듯/철강 본거지 부산지역 연쇄도산 우려/통보광업소 임금체불 태백 돈가뭄한보그룹 부도사태의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거대재벌의 갑작스런 침몰로 한보그룹 계열사가 위치한 지방도시엔 벌써부터 체불과 자금난, 거래 및 공사중단 등이 속출하고 있으며 후유증은 인근지역으로까지 광역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설상가상으로 불어닥친 한보그룹 부도의 회오리는 설을 앞두고 더욱 지역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한보그룹부도에 따른 최대피해지역은 부도의 진원지인 한보철강 당진제철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제철소는 부도에도 불구, 아직 정상조업중이며 공장내 곳곳에 게시된 「회사를 살리자」는 호소문에서 보여지듯 직원들의 구사열기도 뜨겁다.
그러나 철강재료인 고철반입이 격감해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부도직후부터는 하도급대금 수령의 차질을 우려한 하도급건설업체의 인부들이 제철소 증설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충남도 분석에 따르면 대전충남지역에서 한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기업은 제철소내 130여개 전문건설업체를 비롯, 설비제작 운수 골재 레미콘업체 등 약 1,000여개에 달한다. 또 지역금융기관과 협력업체의 피해액은 현재까지 1,300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만약 제철소의 조업중단사태가 빚어진다면 협력업체의 연쇄도산과 나아가 지역경제 기반자체가 휘청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경제인들의 분석이다.
한보에너지의 부도로 충남 서북부지역 도시가스공급계획이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한보에너지를 도시가스사업자로 선정, 하반기부터 2005년까지 당진 서산 태안 예산 홍성 등 5개 시·군 10만가구에 가스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로설치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지역숙원사업인 도시가스공급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한보철강의 본거지였던 부산도 서서히 한보사태의 바람을 맞고 있다. 한보부산제강소는 지난해 12월 한보철강에서 (주)한보로 소속이 바뀌어 「간발의 차」로 직접적인 피해에선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한보철강은 부산경남지역 50여개 거래처에 1억∼7억원의 담보로 철근을 제공해왔는데 부도이후 철근공급이 중단되고 있으며 어음결제도 막혀 거래업체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또 은행 종금 리스 등 지역금융기관에서 한보로 융자된 대출금이 2,000억원에 달해 「설자금」수요가 많은 영세중소업체들이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가 위치한 강원태백지역은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석탄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이래 그나마 태백지역의 경제적 명맥을 유지해준 것이 바로 통보광업소였기 때문이다.
통보광업소 800여명의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월 30억∼40억원의 급여는 태백지역 전체화폐규모(150억원)의 30∼40%에 달하는 액수다. 이미 임금체불사태가 빚어진 통보광업소가 문을 닫는다면 태백지역경제는 마지막 생명줄까지 끊기게 된다.
한편 서울에서도 한보건설이 시공중인 북부간선고속도로 제3공구(종로구 평창동―성북구 길음동 4.8㎞)도 부도이후 하도급업체들이 조업에 불참,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