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국민의 가슴은 답답하고 마음은 상해 있다. 모두가 속병을 앓고 있다. 경제는 침체일로에 있고 파업시국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미결상태이고 여기에다 한보파동이 전국을 뒤덮고 있으며 밖으로는 북한의 쓰레기 수입사태 등으로 국민은 우울하기만 하다.그럼에도 정치권은 한가하게 입씨름, 말의 공방만 계속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 정국을 표류시킬 것인가. 여야는 더 이상 국민을 짜증나게 하지 말고 협상에 착수, 국회 소집을 서둘러 노동법 등을 재심의해 파업시국을 타결지어야 한다.
지난주 여야 영수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파업시국을 소강화시키는데 전기가 됐다. 회담의 가장 큰 수확은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노동법·안기부법 등을 국회에서 재논의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점이다. 야당으로선 쟁점법안의 원천 백지화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완강했던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재심의와 복수노조의 허용 등을 받아낸 것은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타협의 문을 여는 실마리가 된다. 그럼에도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두 야당이 협상에 관한 공식적인 반응을 미룬 채 백지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서명운동의 계속 등 대여 강경투쟁을 재확인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서 두 야당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국민은 하루 빨리 파업사태가 해결되기를 갈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 총재가 복수노조의 인정 등 영수회담의 성과를 인정하고도 협상을 꺼리고, 또 김종필 총재가 의원탈당 등에 대한 김대통령의 반응에 발끈하여 강경자세를 견지하는 듯한 인상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토록 요구했던 영수회담을 일단 가졌던 만큼 노사간 평화와 공존, 그리고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적극 협상에 나왔어야 했다.
물론 두 김총재가 오늘 각계 원로들과 시국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의견수렴의 일환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시국상황은 하루 한시가 급한 형편이다. 야당은 조기 국회소집에 협조하는 한편 노동법 등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뒤 여당과 재심의, 재개정작업을 벌여야 한다.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한 여론 수렴과 함께 노사가 양보하고 함께 만족할 수 있게 법을 손질하는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날치기 통과된 쟁점법안들의 재심의 외에도 전국을 의혹으로 들끓게 하고 있는 한보사태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또 북한의 핵폐기물 등의 반입을 저지하는 방안등도 아울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파업사태를 방관하며 설전만 벌였던 여야는 속죄하는 뜻에서도 무조건 국회를 열어 국정현안과 의혹들을 논의·규명하여 국민의 지친 가슴을 조금이나마 풀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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