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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줄잇는 경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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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줄잇는 경찰(사설)

입력
1997.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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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권총을 팔아먹지 않나, 「낮에는 경찰, 밤에는 강도」식으로 경찰을 부업삼는 듯한 경찰관이 있질 않나, 아무리 일부 경찰관의 탈선이라 하더라도 경찰의 기강이 이럴 수는 없다.25일 하루에도 경찰의 비위 비리사건이 2건이나 보도됐다. 관할지역 기업정보와 주민들의 신상정보를 무허가 정보업자에게 빼돌려 주고 정기적으로 돈을 받은 인천의 파출소 직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또 전남의 한 파출소 직원은 폭행사건 피의자를 연행하면서 수갑을 채우고 마구 차고 때린 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방치해 숨지게 했다.

23일에는 경찰서 무기고에 보관중인 권총을 100만원에 팔아먹은 서울 어느 경찰서 교통경찰관이 구속됐다. 어처구니 없게도 경력 20여년의 이 경찰관은 내무장관 표창을 비롯해 20건의 포상을 받은 「모범」 경찰관이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찰관이 특수강도를 주도한 일까지 일어났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20대 순경은 『돈많은 사채업자는 약점이 많아 털려도 신고를 못한다』고 범행대상까지 정해 주었고, 파출소에서 보관중이던 분실 주민등록증까지 하수인들에게 빌려주어 훔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게 하다 들통났다. 같은 달 초에는 일당들과 함께 한증막과 개인집을 잇따라 턴 서울 어느 파출소 직원이 현행범으로 잡히기도 했다.

집주소 가족이름 전화번호 자동차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안전을 위해 보관하는 권총까지 팔아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경찰이 범죄를 조장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경찰이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알아야 한다.

경찰관이 특수강도를 모의하고 상습 현행범으로 적발된 사례에 이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위안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경찰이 현행범 경관을 검거하고도 장물조사 같은 기본적인 수사도 하지 않고 풀어주었다가 재범이 들통나자 마지못해 구속한 처사는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경찰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는 경찰의 자체통계가 잘 말해 준다. 경찰청이 지난해 정기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93년 문민정부 출범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각종 비리에 관련돼 적발된 경찰관은 무려 7,900여명이나 된다. 이 숫자에는 직무태만이 3,300여건으로 가장 많지만 금품수수도 1,100여건이나 됐다.

시중에 「사촌이 자가용을 사면 교통순경 되고 싶다」는 새로운 유행어가 돈다고 한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이 말 속에 경찰이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 잘 드러나 있다. 경찰은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고 다시 태어나려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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