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제철소 허가 등 외압조사/괴자금 3조 정체도 밝혀내야/“아직은 단서없다”… 자칫 해명성수사 우려도한보그룹 부도사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증폭되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소문이나 의혹만 가지고 곧바로 수사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은행감독원 등 관련기관에서 1차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고발해 오면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수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관계자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정치권과 금융계에서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정부와 금융계가 진상조사와 파문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검찰이 당장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에 착수할 어떠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현재의 움직임이 내사수준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우선적으로 밝혀내야 할 것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보그룹에 어떻게 금융기관들이 5조원이 넘는 돈을 단기간에 빌려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금융계에선 고위층의 압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고, 정치권에선 이미 현정부의 몇몇 실세가 관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 건설사업허가를 둘러싼 비호의혹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차원의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제일은행이 95년 부도난 유원건설을 한보그룹에 넘겨주는 과정에 모종의 외부압력이 있었는지와 한보가 빌려 쓰려 했다는 괴자금 3조원의 정체도 검찰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일단 「소환 대상자 선별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초점이 금융기관의 한보그룹에 대한 무리한 대출에 있는 만큼 현재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져 있는 정태수 총회장과 정보근 회장 등 7명의 한보그룹 관계자와 신광식 제일은행장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대상자」그룹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는 95년 부도난 덕산그룹의 경우처럼 일단 정태수 총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의 비리를 단서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원은 이미 한보 계열사인 한보신용금고의 4백억원 불법대출을 적발, 곧 정총회장 등 회사관계자 7명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수표가 아닌 어음을 부도낼 경우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부도사건의 경우는 다르다. 덕산그룹 부도때도 검찰은 당시 박성섭 그룹회장과 박회장의 어머니로 회사경영에 직접 관여했던 정애리시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사기·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변제능력 없이 어음을 남발하고, 과다한 채무보증을 했으며, 회사공금을 유용한 혐의였다.
결국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보그룹과 금융기관 관계자, 공무원, 정치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인물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현정부 고위층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에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다. 벌써부터 검찰주변에선 과거 수서사건때처럼 사건의 핵심은 묻어둔채 「해명성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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