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소설 ‘꽃과 여우’·시집 ‘들림,도스토예프스키’ 동시출간 화제원로시인 김춘수(75)씨가 자전적 소설 「꽃과 여우」, 시집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를 민음사에서 동시에 펴냈다.
김수영 서정주씨 등과 함께 50∼60년대 우리 시단을 이끌어 온 김씨는 「인식의 시인」이라 불린다. 초기에는 릴케의 영향을 받아 삶의 비극과 존재의 고독을 탐구했고, 60년대 말부터 「무의미시」를 주창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했다. 소설 「꽃과 여우」가 그 인식의 출발을 촉발시켰던 유년과 청년기의 풍경화라면, 시집 「들림,…」은 인식의 밑바탕을 마련해준 문학적 충격에 대한 고백이자 인식의 육화작업인 셈이다.
「꽃과 여우」는 아득한 유년의 기억에서부터 1950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1950년 이후의 이야기를 일단 보류해 놓았다. 『내 생애 후반기에는 80년대초 정치 참여라는 까다로운 문제가 낀다. 정치 관여는 논리적 문제이지 도덕적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를 내 스스로 해명하려면 좀 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나는 유년시절을 감각적 눈뜸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한 것처럼 작가는 자신을 문학인으로 살게 한 성장과정 속의 사건과 감상을 담담한 수기처럼 소설에 담았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진솔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이 소설을 통해 원로문인의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시집 「들림, …」에서 「들림」이란 「신들림」의 의미이다. 시인은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존재양식이 비극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그려보이는 작가이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마다 「들리곤」했다』고 말한다.
시집의 1, 2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에서 「악령」에 나오는 스타브로긴백작의 고백을 시로 정리했고, 4부에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중 한 장의 극화를 시도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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