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금융사고 뒤에는 언제나 이러한 반문이 따른다. 주인 있는 은행같으면 담보없이 그만한 대출을 해줬겠느냐. 이번 한보철강 부실대출도 마찬가지다. 관련금융기관의 수나 대출규모가 워낙 많고 커서 반문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이번에는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이제 대통령 직속의 금융개혁위원회가 발족, 곧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게 되므로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재정경제원도 은행의 소유구조 개선문제를 주요 중·장기 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같다.
시중은행의 소유·경영구조를 지금과 같이 준 관치금융형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갖고 가서는 은행의 개혁과 혁신을 생각할 수 없다. 앞으로도 제2의 한보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는 단안을 내려줘야 한다. 은행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갖고 가려면 자율경영 체제를 확립해 줘야 한다. 은행장을 비롯하여 임원에 대한 인사권과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문민정부는 출범때부터 관치금융의 탈피, 자율금융의 실현을 강조해 왔지만 슬로건 만큼 진척되지 못했다. 그동안 은행장 추천제도를 도입, 은행장 인선에의 정부 불간섭을 관철하는 듯했으나 정치나 관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 해방되지는 못했고 최근에 와서는 은행장 선출이 비상임이사제도로 넘어가 오는 2월의 주총에서 첫 시험하게 돼 있다. 또한 정부의 은행경영에 대한 영향력이 제도·체제 개혁과 관련하여 강화하면서 제한적인 자율경영권이나마 종전보다는 수축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은행전문경영자측에도 문제는 있다. 관치금융에 순치돼 있기 때문인지 창조적인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담보위주의 대출, 점포확대와 외형 높이기 경쟁 등 구태의연한 경영을 탈피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영진의 권력과의 「유착성」내지 전략에의 취약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은행전문경영인들의 이러한 문제점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현재의 금융경영인들을 믿고 경영의 자율성을 정착시켜 주려 한다면 개선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금융경영인들의 자세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안은 있다. 늘 제기되어 온 문제이지만 주인을 찾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은 지켜야 한다. 정부는 지금도 전업금융자본가에 대해서는 은행대주주의 길을 터놓고 있으나 그 조건을 까다롭게 하여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 전업금융자본가보다는 전업금융자본을 육성하거나 지정하여 은행을 맡기는 것도 타당할 것 같다.
주인 찾아 준다는 것이 산업자본(재벌)의 은행지배를 가져와서는 안되겠다. 한가지 자명한 것이 있다. 적어도 현재의 은행소유·경영형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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