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자금난·단기금리 급등세/제철소 원료공급안돼 가동중단위기/철강재 수급차질로 가격폭등 우려한보철강 부도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보철강과 (주)한보 등의 한보그룹 관련 부도금액이 3일만에 1,311억원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정부 자금지원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하청업체들이 자금성수기인 설을 앞두고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또 당진제철소가 가동중단 위기에 처해 철강재 공급파동이 우려된다.
◇당진제철소 가동중단위기=부도이후에도 정상운영중인 당진제철소는 철근과 핫코일의 원료인 고철재고가 4∼5일 가동물량밖에 남지 않은데다 공급업체들이 고철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와 이달말에는 가동이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또 난방시설 가동에 필요한 액화석유가스(LPG)를 공급하는 유공이 25일 LPG공급중단을 통보해와 생산라인이 더 일찍 정지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로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도 당진제철소 전기료가 11월부터 2개월간 131억4,000만원이나 연체돼 공급중단을 검토중이다.
당진제철소가 가동중단될 경우 철근등 건설자재와 강관, 강판수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어 가격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한보철강의 철근생산량은 연간 200만톤으로 국내 총생산량의 17.9%를 차지하고 있고 강관 컨테이너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핫코일 생산비중도 8.1%에 달해 철강부족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도액=은행감독원은 25일 현재 한보그룹의 부도액이 전날보다 654억9,800만원이 늘어난 1,311억원으로 집계했다. 하청업체들은 한보그룹 어음이 부도난데다 설보너스 등 설자금 수요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 등은 부도전 1월말부터 2월초에 돌아오는 어음을 집중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달말 시중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 부도 도미노사태가 우려된다.
◇자금지원 지연=23일 한보철강 부도후 하청업체들의 어음결제기일이 계속 돌아오고 있으나 자금지원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하청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통상 부도기업의 재산보전처분(채무동결 등)이 내려진후부터 자금지원을 시작하지만 한보그룹측의 법정관리 신청후 법원의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지기까지는 앞으로도 10일정도 걸려 그 이전에 어음결제일이 돌아오는 하청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측이 법정관리를 늦춘다면 부도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보철강의 하청업체인 S사 관계자는 『27일 한보철강으로부터 받은 어음 10억원을 결제받아야 하는데 채권은행단이 자금지원을 해줄지 걱정』이라며 『이 어음을 결제받지 못하면 우리 회사마저 부도를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어음 대출전환 난색=한보그룹 하청업체들이 은행지점에 제시하는 진성어음에 대해서는 일반대출로 전환, 자금지원을 한다는 정부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중은행들은 이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S은행 강남지점 관계자는 『일반대출로 전환해줬다가 떼이면 결국 부실책임은 지점장이 져야하는데 누가 한보철강 하청업체의 어음을 일반대출로 전환해주겠느냐』며 『극히 신용이 좋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금지원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금리 상승 및 자금경색=금융당국이 자금경색을 우려, 시중은행에 당좌대출 금리를 13.4∼13.6%대에서 억제하도록 하는 등 금리안정에 주력하고 있는데도 콜금리 등 단기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콜금리는 12.2%를 기록, 전날 0.4%포인트 오른데 이어 25일도 0.31%포인트 올랐다. 종합금융사 관계자는 『은행자금이 한보철강에 대거 묶여 대출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돼 단기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27일에는 콜금리가 12.5%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김동영·유승호 기자>김동영·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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