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뇌물씀씀이·무거운 입 정평정 총회장/2세 경영인·정치권 핵심과 친분정 회장한보의 「돈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정태수 총회장과 3남인 정보근 회장 부자의 탁월한 로비력과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기업을 일으켜 수서사건 등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한보그룹을 창업 20여년만에 재계 랭킹 14위그룹으로 성장시킨 정총회장은 「로비의 귀재」로 불리는 통큰 사업가. 그가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재계는 그의 신비한 자금력과 돌파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들인 정보근 회장도 「고려대 인맥」을 활용, 재계의 비슷한 또래들과는 물론이고 권력주변의 인사들과 교분을 쌓으며 그룹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회장은 남강고―동국대를 졸업한뒤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최고국제관리과정을 1기로 수료했다. 형인 정원근 상아제약 회장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고려대출신 정―재계 인사들과 친밀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보그룹이 수서사건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등 여러 고비를 넘기고 대재벌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정총회장 특유의 로비력에 아들 형제의 「고려대 인맥」이 보태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태수 총회장의 로비행태=정총회장의 로비행태는 두둑한 「배짱」과 「무거운 입」 「큰손다운 씀씀이」로 유명하다. 각종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전에서 정총회장이 내미는 봉투에는 항상 다른 기업의 몇배가 넘는 거액이 들어있어 받는 사람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고 한다.
국민회의 한 핵심당직자는 『92년 대통령선거 직전 정총회장의 측근으로부터 선거비용으로 수십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제의가 있었으나 김대중 총재가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총회장은 또 세무공무원 출신답게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철저한 돈세탁과 「현금장사」를 잊지 않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총회장이 인사차 들러 두툼한 돈다발 두 뭉치를 건네는데 달러가 수북히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수서사건 당시 서울시에 몸담았던 한 고위관계자는 『정총회장의 뇌물공세가 얼마나 집요하고 끈질기던지 보통의 양심과 인내심으론 도저히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총회장이 정치권의 신임을 얻게된 결정적인 요인은 「뒤를 봐준 사람」에 관한한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의리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정총회장의 「입」때문에 다친 공직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줄 정도로 가까워진 것도 수서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을 때 청와대에 바친 뇌물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수서사건이 정총회장을 오히려 더 신뢰하게 만들어 「검은 거래」가 계속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총회장은 사업상 도움이 필요한 인맥을 관리하는 데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세무공무원 경력과 부동산 관리능력을 십분 활용, 일부 권력층 인사의 개인재산을 관리해주면서 친분을 쌓아 온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정보근 회장의 인맥=정보근 회장도 2세 경영인들이 주축인 「경영연구회」의 멤버로 활동하는 등 정·재계에 탄탄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장은 고려대출신은 아니지만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두루 수강하는 최고국제관리과정을 수료한 것을 발판으로 정·재계에 교류의 폭을 확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회장과 친분이 있는 재계의 한 인사도 『정회장이 평소 고려대출신 정치권 핵심 인물들과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성 지원에는 고려대 출신의 정계 실세가 관련돼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또 정회장이 신한국당 재정위원자격으로 지난해 4·11총선 직전 상당한 규모의 정치헌금을 했으며, 이는 당시 비자금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정총회장의 적극적인 후원때문이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측은 『정회장은 총선이 끝난뒤인 지난해 6월부터 재정위원에 위촉됐다』며 『총선전에 정치헌금을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주변에서는 3공때부터 여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한보가 4·11총선때 신한국당측에 정치헌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한보그룹은 정총회장의 탁월한 로비력과 정회장의 학맥덕분에 기업을 키울 수 있었지만 결국 이 때문에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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