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였던 체첸자치공화국이 27일 대통령선거를 실시, 새 국가체제 정비에 들어간다. 2년여에 걸친 유혈충돌끝에 성사된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에 의해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국가 안팎으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러·체첸평화협정은 체첸의 러시아 연방내 정치적 지위를 5년 뒤 논의하기로 규정하고 있으나 선거결과에 따라 체첸의 완전 독립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10여명의 후보들이 내세운 구호는 온통 회교일색이다. 「회교식 국가질서」 「회교는 승리할 것이다」 「알라신은 위대하다」 등 종교를 앞세운 선거운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 가장 강경한 샤밀 바사예프 후보는 「신의 가호아래 체첸의 완전한 자유」를 외치고 있어 러시아측으로부터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체첸인들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겠지만 전쟁으로 파괴된 각종 산업의 복구와 일부 반군세력의 저항, 러시아군 포로석방, 행방불명된 병사들의 수색 문제 등으로 여전히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스하도프·바사예프·얀다르비예프 3파전
이번 대선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젤림한 얀다르비예프(46) 현 대통령과 아슬란 마스하도프(46) 전 총리, 샤밀 바사예프(32) 야전사령관은 대 러시아독립투쟁에서 힘과 지략을 합친 전우였지만 대권고지 앞에서는 한치 양보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세 후보간의 과열경쟁은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한층 격화, 대선후 화합은 물론 결과의 승복여부마저 우려할 정도다.
온건노선의 마스하도프는 러시아와 체첸양측이 모두 능력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군지휘관 출신이다.
전사한 조하르 두다예프 대통령 밑에서 체첸반군을 통솔하는 참모장을 맡아 무장투쟁에 앞장섰으나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참여하면서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체첸인들은 가장 믿을 수 있는 두다예프의 후계자로 그를 꼽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경계대상 1호다. 구 소련군 포병학교 출신으로 헝가리 주둔군 연대장을 지냈으며 92년 체첸반군에 합류했다.
「마지막 체첸전사」로 불리는 바사예프는 95년 러시아 남부 부됴노프스크 시립병원 인질극을 성공시킴으로써 체첸인들의 영웅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강력한 반군세력을 이끌어 온 그는 온건성향의 현 지도부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당선될 경우,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을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즐겨쓰던 중절모를 벗고 체첸고유의 털모자에 양복차림으로 유세장에 나오는 등 강성이미지의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압하스의 대 그루지야 독립투쟁에 참여, 독자적인 무장세력을 구축했다. 그가 낙선할 경우, 대선 결과에 승복할 지 의문시되고 있다.
얀다르비예프는 그야말로 임시대통령이다. 독자적인 무장세력도 야전투쟁경력도 거의 없어 그동안 반군들간의 중재역할에 그쳤다는 평이다. 유명작가 출신으로 체첸의 독립투쟁 이론을 확립했다.
두다예프 전 대통령은 『얀다르비예프의 저술을 믿고 독립투쟁을 벌였다』고 할 정도로 얀다르비예프는 뛰어난 이론가다. 90년부터 두다예프와 정치행로를 같이해 왔으며 최근 그의 미망인 알라 두다예프를 선거운동에 끌어들여 진정한 두다예프의 후계자임을 부각시키는데 힘쓰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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