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기단 강세평년보다 높은 고기압·강한 북서풍 동반 기온 뚝/한기주머니 활성화대기 상층부 저기압 형성·북극 찬공기 몰려와/제트기류의 남하추위차단 기류 남으로 밀려·맑고 추운날씨 지속돼많은 사람들이 이번 겨울은 겨울답다고 말한다. 특히 유럽에 극심한 피해를 가져왔던 혹한이 몽골과 중국 등을 통과해 21, 22일 우리나라에, 24일 이후 일본에 몰려와 춥다는 느낌이 유난하다.
1월 들어 서울 대구 대전 광주 전주 강릉 부산 등 7개 도시의 평균기온은 영하 0.7도로 30년동안의 평균기온(영하 0.8도)과 거의 일치한다. 86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1월 기온이 평균보다 1∼3도 높은 이상난동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겨울답다고 생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상청 정효상 예보관은 『우리나라가 오랜만에 겨울을 되찾은 것은 시베리아기단의 강세, 한기주머니(Cold Pocket)의 활성화, 제트기류의 남하 등 한동의 3대 조건이 완벽히 충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올 겨울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지표면 부근에서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유난히 강력하다는 점이다. 시베리아기단(고기압 덩어리)의 중심기압은 이번 겨울 1,040∼1,060헥토파스칼(h㎩)로 평년보다 20∼30h㎩ 높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기압에서는 공기가 주변으로 흘러나간다. 공기의 흐름(바람)은 고기압과 주변 저기압 사이의 기압차가 클수록 빠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중심기압이 높다는 것은 결국 이 기단의 공기가 빠르고 강력하게 저기압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맘때 가장 발달한 저기압(1,000∼1,010h㎩)은 우리나라 남서쪽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시베리아 고기압의 중심부인 몽골 또는 중국 북부지방으로부터 우리나라 방면으로 공기의 이동이 생겨난다. 이른바 북서계절풍인 것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세로 이번 겨울 우리나라의 북서풍은 어느 해보다 강하다. 덕분에 북극기단에 속해 우리나라보다 3∼5도 낮은 몽골 또는 중국 북부지방의 공기가 대거 유입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세가 지표면 부근의 경향이라면 한기주머니의 활성화는 대기 상층부의 특징이다. 지상 5.5㎞ 부근의 기압은 보통 500h㎩이지만 기압이 이 보다 낮은 경우가 있다. 이를 상층저기압이라고 부르는데 북극 부근에 위치한 상층고기압에서 상층저기압으로 강한 공기의 흐름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북극의 찬 공기가 들어오면서 5.5㎞상공의 기온이 영하 10∼영하 20도(겨울 기준)에서 영하 30∼영하 40도로 10도정도 내려가게 된다. 상층저기압에 의해 북극의 한기가 본래 세력권에서 남쪽으로 늘어진 현상을 한기주머니라고 한다.
1월들어 우리나라 부근에서 한기주머니가 상당히 자주 나타나고 있다. 21, 22일 추위는 물론 신정연휴와 이달 중순 우리나라에 한파를 가져왔던 것도 바로 한기주머니다.
제트기류의 남하도 이번 겨울 추위의 원인이 된다. 제트기류란 중위도의 9∼12㎞ 상공에서 동쪽으로부터 서쪽으로 부는 강력한 바람을 말한다. 2차대전 중 미국 공군기 조종사들이 일본 폭격비행 중 처음 발견했다. 이후 미국 시카고대학의 교수들이 기상학적 관측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제트기류라고 명명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제트기류 북쪽에는 고기압이 형성 돼 맑고 추우며, 남쪽에는 저기압을 만들어 따뜻하고 눈 비가 온다.
겨울철 북반구의 제트기류는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가 겨울철에 남북간 기온차가 큰 것은 바로 제트기류를 사이에 두고 날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제트기류가 제주 남쪽 해상으로 완전히 처져 있는 날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맑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난동이었던 86년 이후 10년간 1월의 기압배치는 이와 전혀 달랐다. 시베리아 고기압은 매우 미약해 우리나라 부근으로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계속 파고 들었다. 이동성 고·저기압은 중국대륙에서 덥혀진 채 다가오는 공기여서 우리나라 부근의 기온을 높인다. 높은 하늘에는 상층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어 북태평양으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를 끌어 올렸다. 이와 함께 제트기류가 만주와 압록강 상공에 걸쳐져 있어 비구름을 가진 온난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이동시켰다.
겨울다운 겨울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혹시 빙하기로 접어든 것은 아닐까」 「지구가 이상해진 것은 아닌가」 등의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걱정은 근거가 없는 듯하다.
우선 상당히 춥다는 이번 겨울만해도 기온은 평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파 횟수도 10일에 1.2∼1.5회로 평년수준이다. 환경학자들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값을 되찾는다는 것은 우려하기보다는 기뻐해야 할 일이다. 이상온난이나 이상한랭은 비정상적인 환경의 반증이지만 평년수준의 기온은 아직도 우리나라 자연상태가 결정적으로 망가지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온만 정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의 강수량은 평년에 근접(±5∼10㎜), 93년부터 계속된 겨울가뭄이 사라졌다. 또 서울의 한강결빙시기도 87년 이후 계속해서 평년 결빙일인 1월7일을 넘겼으나 지난해 1월4일, 올해 1월7일 등 연 2년간 평년과 거의 같았다.
올해같은 추위에 한강 물만 조금 맑았다면 60, 70년대처럼 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이은호 기자>이은호>
◎올 겨울 북반구 강추위 원인은/한기주머니 이례적 활동 왕성탓/대륙횡단 극동아시아 등 강타 유럽선 260명 목숨잃어
올 겨울 유럽과 북미 극동아시아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강추위의 원인은 무엇인가.
겨울철 한파는 북극한기에서 남쪽으로 삐져나온 한기주머니의 활동에 따라 일어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겨울은 이 한기주머니의 활동이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기주머니가 너무나 강력해 대륙을 횡단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기주머니는 일본상공부터 러시아 캄차카반도 사이, 캐나다 서부, 캐나다 동부 등 3곳에 위치해 있다. 캐나다 동부 한기주머니는 세력이 평소 수준이나 나머지 둘은 매우 강력해 일본 중부지방, 미국 북서부지방까지 세력권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기주머니가 서유럽, 극동아시아, 캐나다 서부 등에 삼발이 형태로 형성돼 있었다. 다른 것의 크기와 세력은 예년과 비슷했으나 유럽쪽으로 뻗은 주머니는 세력이 상당히 강했다. 때문에 이 한기주머니의 영향권에 있던 유럽은 지난달 말부터 보름동안 대 한파가 계속되면서 2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유럽, 극동아시아, 캐나다 서부에 위치했던 3개의 한기주머니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북극한기를 따라 10일께 동유럽, 알래스카, 캐나다 중부로 이동했다. 21, 22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한기주머니는 이들 3개 중 최대의 세력을 지닌 동유럽 한기주머니가 동쪽으로 계속 이동해 온 것이다.
이 한기주머니는 5.5㎞ 상공의 기온이 영하 40∼영하 50도였으나 몽골지역을 거쳐 동진하면서 고원에 부딪치고 따뜻한 기단을 만나 세력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우리나라 상공에서는 영하 30∼영하 40도로 낮아졌다. 그러나 북극으로부터 새로이 차가운 공기를 공급받으면서 세력이 강해져 현재 일본과 캄차카반도에는 상당한 추위가 엄습해 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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