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더위 예측 에어콘사 날씨마케팅 성공 돈방석에/백화점 겨울세일 -6℃/반소매옷 판매는 19℃/콜라 매출 급상승 25℃/맥주·음식점 천적은 “비”지난 겨울세일기간에 매출감소를 기록한 백화점 판촉과에는 『하늘조차 우리를 버렸다』는 자조적 농담이 나돌았다. 매출부진을 단순히 불황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세일때 초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겹쳐 주요품목인 겨울용품이나 방한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도 매출에 도움이 안되지만, 세일기간만큼은 겨울용품에 손이 가도록 조금 쌀쌀하기를 바랬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하 6도 정도만 됐어도…』 날씨와 어긋난 타이밍을 탓하는 백화점맨들의 푸념이다.
마케팅현장은 날씨때문에 울고 웃는다. 항공 선박 등 운송업체나 건설업체 등 날씨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업체뿐 아니라, 냉·난방기기 청량음료 주류 의류 등 날씨에 따라 매출이 오르내리는 제조업체들도 기상정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기상정보를 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날씨마케팅」은 현대경영 기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1도의 경제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반소매셔츠가 팔리기 시작하는 것은 19도」 「콜라 매출 급상승점은 25도」 「강우량이 10㎜이상일 때 레스토랑 매출은 50%이하로 감소」 등의 명제는 이미 공식이다. 기온이나 기상에 따라 생산을 조절하는 것은 날씨마케팅의 고전. 기온과 상품판매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면 구매성향을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반소매셔츠가 팔리기 시작하는 19도때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면 그해 여름 소비자의 선호도를 예측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날씨마케팅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94년 여름 만도기계의 신화. 이 회사는 「위니아」에어콘 출시 첫 해에 큰 흑자를 올릴 수 있었다.
일본기상청의 무더위예보에 따라 시즌 생산물량을 대폭 늘려 잡은 덕이었다. 다른 가전회사들이 밀려드는 주문물량을 대지 못해 품절을 빚는 동안 「위니아」는 유유히 판매고를 끌어올렸다. 부랴부랴 생산량을 늘리는 등 부산을 떨었던 회사들은 평년작에 그치고 말았다.
미국의 광고회사 「애드버타이밍」은 하루나 이틀후의 날씨예보에 따라 CF를 선택적으로 내보내는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으면 찬 음식 대신 따뜻한 음식광고를 내보내고, 장마철 직전에 건조기능이 탁월한 세탁기광고를 내보낸다는 식이다.
날씨마케팅이 일찌감치 자리잡은 일본에서는 기상정보 이용이 놀랄 만큼 다양하다. 일본의 한 야구장에서는 기상회사의 비올 확률 예상에 따라 도시락물량을 조절, 음식폐기율을 15%에서 8%로 낮출 수 있었다. 일본 니가타(신사)현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날씨에 따라 음식값을 깎아주는 이색마케팅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비오는 날 맡기는 빨래감에 대해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한 세탁소도 있다고 한다.
몇년전 큰 태풍이 일본열도를 휩쓸고 지나간뒤 한 재치있는 일본농부는 날씨로 위축된 구매심리를 역이용, 톡톡히 재미를 봤다. 큰 바람에도 불구하고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은 사과에 「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판매한 것이다. 기발해지는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경영기법이 날씨마케팅인 것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우리군 기상정보 체계/날씨를 알아야 전쟁도 이긴다/자체 기상레이더 갖추고 34개 지역별 매시간 측정/북한땅도 3시간단위로 포착
기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투의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은 전투에서 날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고전적 사례. 중국 후한 말기인 210년 2만명에 불과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양쯔(양자)강 유역 적벽에서 80만명에 이르는 조조의 대군을 화공으로 궤멸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 바람의 변화를 사전에 철저히 조사한 제갈량의 뛰어난 「기상감각」 덕분이었다. 제갈량은 겨울철 이 지역에서 통상적인 북서풍이 한 때 동남풍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시기를 정확히 포착, 화공작전을 펴 양쯔강 북안에 진을 치고 있던 조조의 군선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의 기선을 잡은 계기가 된 1944년 6월5일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기상관찰의 개가였다. 당시 연합군병력 350만명과 폭격기 5,000여대는 아일랜드 근해에 내려진 폭풍경보로 발이 묶여 있었고 따라서 독일군은 연합군의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합군의 기상장교들은 폭풍이 잠깐 잦아드는 시간대를 정확히 계산, 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일거에 전쟁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었다.
현대전에서 기상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걸프전에서 위력을 보였던 토마호크미사일에는 순항로 주위의 기상정보가 모두 입력돼 공격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 국군에서 기상정보의 핵심은 공군. 날씨에 민감한 전투기를 운영하는 공군은 별도의 기상전문장교를 양성하고 있으며 전국 5곳에 자체 기상레이더시설을 갖추고 각 공군기지 등 34개 지역별로 매시간 기상정보를 파악해 전군에 알려주고 있다.
군에서 사용하는 기상정보는 일반 생활기상정보와 다르다.
군에서는 시간대별로 기온은 물론 구름층의 위치와 시정거리(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 풍량(바람의 세기), 지역별 강우량 등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항목들을 세밀히 파악한다. 북한지역의 날씨정보도 5개 구역으로 나누어 하루 8회, 3시간마다 포착하고 있다.
레이더 등 기상장비만으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울 경우 조종사가 전투기를 몰고 상공을 날아 다니며 파이렙(Pilot Report의 약자)을 작성, 기상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도 한다.
합동작전은 물론 육군의 자체훈련 때에도 작전 3∼4일전부터 지휘관에게 기상정보를 가장 먼저 보고하는 것이 관례로 정착됐을 정도로 군에서 기상정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각종 전투장비의 운용 뿐만 아니라 작전전개에서 날씨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송용회 기자>송용회>
◎날씨예보 상품화 7월부터 개시/항공·건설·레저 날씨 등 30억규모 기상서비스/민간참여 허용
7월부터 국내에서도 산업활동이나 레저생활에 필요한 각종 날씨정보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기상정보 상품화시대가 열린다. 개정된 기상업무법이 7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골프장 등 관광·레저용 날씨예보 등 특수 기상정보산업에 한해 민간업체의 참여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기상청은 민간업체에게 원시기상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민간업체들은 이 정보를 필요에 맞게 가공해 특정 수요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경헬기 등 항공기 운행관련 날씨, 상품수요 예측용 날씨, 건설관련 날씨, 관광·레저용 날씨, 선물시장거래용 날씨 등 다양한 기상 예보서비스가 등장한다. 기상정보를 이용하면 농가에서는 날씨예보를 통해 작물의 정확한 수확량을 예측할 수 있고 시민들은 골프장 낚시터 문화유적지 스포츠경기장 등에 가기 전에 해당지역 날씨를 알 수 있다. 또 항공운항 업체에서는 안전운항 뿐 아니라 운항경비의 절감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상정보는 가전이나 의류, 식음료품 시장에서 판매수요를 예측하는 데도 활용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기상정보산업의 수익성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80년대 중반부터 앞다퉈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기상정보시장 규모는 200여억엔. 날씨정보만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만 27개, 예보전문가의 수가 2,000여명에 육박한다. 86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예보업체인 「웨더뉴스」는 기상위성이나 레이더, 기상로봇, 대형컴퓨터 등으로 이뤄진 기상예보시스템을 이용해 농업 관광 항공 등 각 업종별로 세분화한 날씨 상품을 팔고 있다. 미국의 「웨더서비스 코퍼레이션」은 농업기상정보를 비롯, 산림 어업 등 농수축산분야의 기상정보를 전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한편 세부 기상예보가 민간에 이양되더라도 공익성이 강한 방재기상정보와 생활기상정보는 기상청이 계속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기상청 이종국 산업기상과장은 『국내에서도 민간예보업체가 등장하면 국민과 산업체들은 다양한 예보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도입 첫 해인 올해 기상정보산업 시장규모는 30억원 정도에 달하고 2001년에는 2∼3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홍덕기 기자>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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