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호전’ 투쟁·협상 병행할듯/수요파업 등 압박전술 함께 노총·야권과 공조 추진민주노총이 24일 명동성당에서 철수, 농성장소를 삼선동사무실로 옮김에 따라 향후의 투쟁양태와 전략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통과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30일동안 사실상의 방패막이였던 명동성당을 떠난다는 것은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여건변화」이기 때문이다.
권영길 위원장은 이날 『명동성당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범국민투쟁을 벌이기 위한 것』이라며 『지도부는 전국순회를 통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성당철수라는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시위와 수요파업 등을 통한 압박식 투쟁전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성당철수가 성당측의 요청으로 「자의반 타의반」 이뤄진데서도 알 수 있다.
그동안 명동성당은 김수환 추기경에서부터 일반 사제에 이르기까지 공권력투입을 앞장서 막고 개정노동법에 대해 완곡하게나마 반대입장을 표명, 민주노총의 병풍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민주노총이 정부와의 여론업기 싸움에서 비교적 낙승한 것도 이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21일의 여야영수회담을 계기로 지도부에 대한 사전영장집행이 유예되는 등 상황변화가 생겼다. 성당측이 장덕필 주임신부를 통해 『신변상의 위험도 사라졌으니 성당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일부는 『명동성당의 상징성을 감안, 농성장소를 옮겨서는 안된다』고 반대했으나 23일의 투쟁본부 대표자회의에서 철수로 결정했다. 그동안 자신들을 알게 모르게 도운 천주교측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투쟁전선 이상없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향후의 투쟁전략 및 전술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인사는 『솔직히 말해 현상황은 투쟁 못지 않게 대외교섭이 중요한 국면』이라며 『성당철수는 노동법 재개정 등을 위한 제1의 수단이 「투쟁」에서 「협상」으로 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우위에서 「일면투쟁 일면협상」으로 전술을 바꿔 성당농성을 통해 따낸 「여권의 양보」를 민주적 노동법마련으로 연결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다소의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국 내달중 노동법 재개정을 위한 임시국회가 열릴 것』이라며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법 단일안을 추진하고 야권과의 공조도 활발히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또 노동법 재개정이 일단락된 뒤에는 서민을 위한 사회보장확대, 부동산투기 반대, 물가안정 등 대중적 이슈를 계속 개발, 연말의 대통령선거 때까지 투쟁열기를 지속시킨다는 계획이다. 한 편으로는 조직의 역량강화를 통해 임금교섭력을 높이고 기업중심의 허약한 노조체제를 산별·대기업·업종중심의 강력한 체제로 만드는 「몸 부풀리기」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그 동안의 투쟁에 대해 자체 평가, ▲대학생이 주도한 4·19혁명이나 6·10항쟁과 달리 노동자가 앞장선 최초의 범국민투쟁 ▲법안 날치기 등 비민주적 관행에 대한 범국민적 항쟁을 통한 민주주의의 진전 ▲사용자 중심의 억압적 노사관행의 탈피 및 노동자의 발언권 향상 ▲민주노총 및 노동운동에 대한 거부감 척결 등을 열거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