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설대기권 더워져 기류순환 왜곡/해수온도설수온 변화따라 강수량 불규칙/태양흑점설흑점량 증감이 한파·혹서 불러기상이변의 원인은 과학이 남겨놓은 「얼마되지 않는 미지」중의 하나. 기상학자들은 『기상은 선사시대부터 인류에게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이를 정복하는 것은 암이나 에이즈를 없애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기상이변에 대한 최근까지의 해석모델은 지구온난화설, 해수온도설, 태양흑점설 등 3가지. 그러나 지구촌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기상이변을 설명하기에는 모두 미흡하다.
가장 유력한 학설은 지구온난화설. 지난 100년간 지역에 따라 지구의 온도가 0.3∼0.6도 상승한 사실에서 출발한 지구온난화설은 환경파괴가 기상이변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79년 세계기후회의에서 학자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증가와 산림파괴 때문에 대기 중 탄산가스 농도가 높아져 대기권이 온실같이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번 들어온 열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혹서나 한파같은 기상이변은 온난화에 의해 정상적인 대기순환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온난화가 이상기상을 일으키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설명해 내지 못하고 있으며 혹서나 한파에 대한 설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온난화가 이상기상의 원인이 아니라 이상기상의 결과로 생긴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81년 세계기후진단 워크숍에서 처음 제기된 해수온도설은 90년대 들어 엘니뇨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해수온도설은 무역풍의 일시적인 약화에 의해 동부태평양의 적도부근 해역의 수온이 상승하는 경우 남아메리카에서 강수량이 증가하는 반면, 서남아시아에서는 비가 적게 오고 동아시아의 기온이 낮아지는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해수온도설의 연장선장에서 최근에는 소빙하기론이 제기됐다. 미국 미주리대 어니스트 쿵교수는 올 겨울의 유럽한파를 설명하면서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은 수십∼수백년 주기로 한 차례씩 평소보다 2∼3도 상승한다』며 『이로 인해 상승한 공기덩어리가 북극쪽으로 되돌아 내려오면서 찬 공기를 밀어내 북반구에 이상한파를 몰고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온도설은 바닷물의 온도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때도 여전히 기상이변이 일어나는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이변을 설명하는 또 다른 해석모델인 태양흑점설은 태양표면에 흑점이 많아지면 발열부위가 줄어 지구의 날씨가 추워지고 반대로 흑점이 감소하면 지구기온이 올라간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지구에서 한파와 혹서, 가뭄과 홍수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소빙하기 시대 오는가/1940년대부터 지구한랭화 시작/87년 러 대도시 영하 49℃ 기록/살인한파 열대지방서도 동사 유발
최근 세계 각지를 강타하고 있는 한파로 각국은 홍수나 지진에 못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교통 및 통신두절을 빚어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 온다.
한파 피해가 심각한 북반구 고위도지방의 한랭화현상은 194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이후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 경향이 지속돼 일부 학자들은 『이미 소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63년 북반구 전역을 휩쓴 대한파는 기록적인 피해를 남겼다. 유럽 전역에서 850여명, 일본에서만 230여명이 동사하거나 각종 사고로 사망했다. 폭설까지 겹친 일본에서는 2주간 전국의 열차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파는 남·북반구를 가리지 않는다. 73년 아열대지방인 이스라엘에 한파가 몰아쳐 1,200만달러 상당의 농작물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남반구에 위치한 브라질에서도 76년 100년만에 닥친 최악의 혹한으로 73명이 동사했고 이듬해 미국동부를 휩쓴 한파는 1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5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10년 주기로 태양의 흑점이 커지는 것이 한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연이은 혹한으로 별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80년대는 혹한과 이상난동이 교차했다. 81년 1월 전세계를 꽁꽁 얼린 대한파의 원인은 80년 여름 냉해때 차갑게 식은 지표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83∼87년 유럽 전역에 혹한이 계속됐다. 8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수은주가 영하 49도까지 떨어졌을 때는 유럽 전체에서 200여명이 숨졌다. 이때부터 북극의 한핵이 만든 한기주머니가 한파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이후 88, 89년에는 세계가 이상난동에 시달리는 등 기상이변이 잇따랐다.
북미 중동부지역은 90년대 들어 혹심한 한파에 휩쓸렸다. 94년 1, 2월 두 달동안 영하 30∼40도의 살인적 한파가 미국 주요도시에 몰아 닥쳐 130여명이 사망하고 연방정부의 업무가 마비됐다.
이상한파를 가져 오는 기상이변은 아열대지방에 「영상의 혹한」을 만들기도 한다. 94년 4도의 「강추위」가 닥친 방글라데시에서는 노숙자 200여명이 동사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남쪽의 극지’ 장수·봉화/산간 분지지형 -25℃까지/대관령·양평 등 제치고 90년대 강추위지역 부상
전북 장수군과 경북 봉화군이 새로운 「한국의 극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기상청이 공식 관측활동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우리나라(북한 제외)에서 가장 추웠던 지역은 81년 1월5일의 경기 양평으로 영하 32.6도. 양평은 70년대 겨울추위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강원 대관령을 제치고 80년대 한국의 극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들보다 훨씬 남쪽에 위치한 장수군과 봉화군이 이들의 명성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전북 장수군은 91년 2월23일 전주기상대 장수관측소가 생긴(88년9월)이래 가장 낮은 영하 25.8도를 기록했고 7일 상오 6시 이곳의 기온이 영하 22.9도까지 떨어졌다. 8일 영하 15.9도, 9일 영하 18,3도, 22일 영하 17.2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2월2, 3일에도 각각 영하 22.1도와 영하 18.7도까지 떨어졌다.
전주기상대 장수관측소에 따르면 장수군의 지형이 해발 406m의 분지형 산간지대로 상공 4∼5㎞지점에 영하 36도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남하하면서 분지인 장수군 일대에서 사발에 물을 담은 것처럼 모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자주 내린 눈이 지표면을 덮어 태양열을 그대로 반사해 지표온도가 올라가지 못하는 「복사 냉각현상」도 발생했다.
비슷한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지역도 22일 아침 영하 19.3도의 칼날같은 날씨를 보여 추위에 익숙하지 못한 영남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 기온은 춘양지역에서 7일 영하 20.7도의 「기록적인」기온을 보인 이후 15일만에 최저치며 안동기상대 산하 춘양기상관측소가 87년 12월7일 개소한 이후 측정된 아침 평균기온 영하 8.5도에 비해 10.8도가 낮았다. 춘양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춘양지역 최저기온은 90년 1월26일 영하 22.3도가 1위이며 2위는 올 1월7일 영하 20.7도다.
춘양지역이 이같이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유는 역시 분지라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 태백산맥줄기에 위치, 강원 태백 영월 등과 경계인 춘양은 각하산 문수산 등 해발 500m를 넘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겨울철 찬 대륙성고기압이 지표면으로 가라앉기 시작하면 찬기온이 빠져나가지 못해 맹추위가 엄습한다.<이상곤·최수학 기자>이상곤·최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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