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쪽 등으로 천연염색/빨수록 은은한 색감손으로 짠 투박한 무명에 치자로 물을 들여 소박하면서 깊은 멋이 우러나는 우리옷에 관심이 있는 경우 한번 들러볼 만한 한복집이 있다. 종로구 관훈동 통인가게 옆에 있는 「아라가야」가 그곳. 화가이기도 한 이나경(44)씨가 2년전 문을 연 이곳은 천연염색한 천연옷감으로 한복을 짓는 집이다.
바느질도 100% 손바느질. 여느 한복집 것보다 다소 구식인 듯 싶게 그러나 품위있게 저고리 기장도 약간 길다. 새옷이어도 마치 오래 입은 것인듯 색감이 은은하고 질박하며 빨수록 은은한 속색감이 우러나온다. 한국 천연염색 보존연구회 회원이기도 한 이나경씨가 쓰는 염색재료는 쪽 홍화 맨드라미 치자 쑥 도토리 오미자 황토흙 등. 인근 인사동에 자주 드나드는 예술가들 중에 단골이 많다. 소설가 박완서 이경자 오정희씨, 무용가 김복희씨도 단골 손님 명단에 올라있다.
『워낙 옷을 좋아하는 데다 생활의 방편도 필요해 옷집을 열게 됐다』는 이나경씨의 본업은 화가. 78년 극작가 오태석씨의 청에 의해 「태」의 무대의상을 맡기도 하는 등 그림 그리는 사이사이에 옷을 만들다 이제는 본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됐다.
이나경씨는 『우리옷에 친근해지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격식에서 벗어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며 『예복이 아니고 편하게 입는 일상복에 속옷을 여러 개씩 입거나 두루마기를 갖춰야 한다는 격식은 사실상 지키기 힘들다. 격식을 지키려다 보면 불편해져 한복을 피하게 된다』고 의견을 폈다.
설빔과 겨울외출복으로 좋은 무명 치마저고리는 30만∼45만원, 천연염색을 한 명주 치마저고리는 80만원. 아이들의 천연염색 무명옷은 9만∼10만원, 솜을 두어 면으로 지은 두루마기는 15만원선이다.<박희자 기자>박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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