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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부도 긴박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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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부도 긴박했던 하루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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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경영포기 각서… 은행접수 거부/하오 2시 최종담판 결렬… 정 총회장 잠적/하오 4시 채권단회의 부도 결정/하오 7시 정 회장 경영권 포기한보철강에 대한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처리방침은 23일 상오까지만해도 은행관리로 굳어지는 듯했으나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경영권포기를 끝까지 거부하는 바람에 하오 늦게 부도처리로 급선회했다. 정총회장은 부도까지는 가지않을 것으로 예상한듯 버티다 부도로 결정나자 뒤늦게 경영권포기각서를 은행에 보내는등 상황을 반전시키려했으나 불발.

○…이날 한보그룹의 운명을 가른 것은 정태수 총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 정총회장은 주식담보 제출과 함께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면 부도를 내지않겠다는 채권은행단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은행관리는 받되 경영권은 포기할 수 없다』며 끝까지 버텼다. 특히 정총회장은 하오부터는 은행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피한채 한동안 잠적, 채권은행단은 결국 한보를 부도처리하기로 최종 결정.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총회장은 하오 7시30분 서초구 방배동 자신의 집에서 24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소집, 경영권포기를 결정한뒤 직접서명한 포기각서를 밤늦게 제일은행측에 전달했다.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이날 한보측에 경영권 포기를 종용하는 한편으로 채권은행단 회의를 소집, 처리방안을 모색하는 등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제일은행측은 정총회장으로부터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기위해 하오 2시께 은행간부를 한보측에 파견, 마지막 절충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하오 4시에 열린 45개 채권단회의는 제대로 회의조차 못한채 3분만에 산회했다. 특히 조흥·외환·상업은행 관계자들은 최소한 부도만은 피해보려는 제일은행과 달리 경영권을 넘겨받지 않는한 부도처리해야한다며 강경입장을 견지.

○…한보철강에 대한 부도처리는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재정경제원 및 청와대측과 협의한후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

재경원 관계자는 『정태수 총회장이 주식 추가담보 제공을 거부함에 따라 제일은행이 부도처리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채권은행들이 더이상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부도처리를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 대치동 한보그룹 본사는 부도소식이 전해지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침통한 분위기. 직원들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한보철강의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상태이고 한보건설도 당진제철소 건설에 매달리고 있어 그룹 자체가 해체되는게 아니냐』며 특히 8,745명 종업원의 장래를 걱정.<변형섭·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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