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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빅뱅’도 있는가/박승평 수석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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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빅뱅’도 있는가/박승평 수석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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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가 아니라도 하늘의 별을 헤이는 마음은 넓고 순수하다. 마음이 괴로울 땐 하늘을 바라보라는 말에도 깊은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들어 유행하는게 「빅뱅」(Big Bang)이란 천문학 용어다.빅뱅이란게 뭔가. 우주를 탄생시킨 태초의 대폭발을 일컬음이다. 초고밀도·초고온의 우주불덩어리(화구)가 대폭발후 지금도 계속 팽창하면서 광대무변의 우주를 만들어내고 있고, 대폭발의 파편이라 할 은하의 후퇴속도가 거리에 비례해 늘어난다는 법칙을 찾아내면서 우주 대폭발과 우주 팽창이론을 펼쳐낸게 현대 천문학의 아버지 허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퇴속도를 역산해 추정해낸 우주의 나이 즉 빅뱅의 시기가 200억년전이라니 온갖 인간사란게 우주의 한점 먼지도 못된다 할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빅뱅소리를 즐겨 쓰는게 어찌 보면 가소롭다 해도 그 동기마저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과거의 못된 타성을 깨고 거듭나려는 파격적 개혁일념을 강조하기에 빅뱅보다 더 좋은 비유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금융개혁위원회 구성으로 현정권이 임기말년에도 불구하고 그 개혁기치를 높이 든 소위 「금융빅뱅」이란 것부터가 지금 당장 한보철강에 대한 원칙없는 무한금융지원과 돌연한 은행관리 결정으로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게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면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개발연대시절부터의 고질인 특혜금융·관치금융을 없애면서 자율금융의 체질을 강화하자는 걸 뉘라서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6공때 이미 수서사건으로 오명을 썼던 그룹에 문민정권들어서도 결과적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5조원이 넘는 은행 및 금융권 돈을 어거지로 쏟아넣게 하기에 이르렀다면 빅뱅소리가 낯뜨거울 수 밖에 없다.

빅뱅이란 결코 그런게 아니다. 한번 폭발하면 흔들림 없는 법칙아래 끝없이 팽창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금융관행이라는 겉과 개혁의지라는 속이 서로 다른데다 정권내부에서마저 손발이 안 맞으면서 무조건 터뜨린다고 빅뱅이 되는건 결코 아닌 것이다.

또 다른 잘못된 빅뱅이 94년말에도 분명 있었다. 문민정권은 당시에도 좁은 내수시장에 5개사가 난립해 공급 과잉우려는 물론이고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 조정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자동차 업계에 우리나라 최대재벌 삼성의 신규진입을 과감하게 허용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사활이 걸린 또 다른 빅뱅이었던 것이다.

자동차 빅뱅의 무모함은 불과 2년도 못돼 드러났다. 삼성의 쌍용자동차 인수설이 정권의 핵심에서 공론화되었는가 하면 「세제지원이 가능하다」는 발언마저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새해들면서는 중복투자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내세워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기에 이른 시점인 것이다.

그래선지 지난해 처음으로 한해 100만대 해외 수출기록을 세워 축제무드에 젖어 있어야 할 우리 자동차 업계는 최근의 파업사태마저 겹치면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불과 2년전 앞뒤 가리지 않고 터뜨렸던 무모한 빅뱅의 결과임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일부 외국 언론들이 불과 3년 뒤 2개사 만이 살아 남을 것임을 예측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산업의 고전과 함께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2조원에 이르면 엄청난 국력소모, 하루 2억달러씩의 수출차질과 함께 민심이반사태를 빚은 노동법 소동이란 것도 또다른 무모한 빅뱅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노동관행을 고쳐 국제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 자체부터가 지금까지의 가족적 직장개념을 하루 아침에 바꿔놓는 폭발성을 지닌 변화였다. 그런데도 막판에 재계의 과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개정 내용을 바꿔치기하면서 심한 배탈을 일으키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그래서 터뜨린걸 되물리려는 논의가 지금 한창인 모양인데, 그런걸 제대로 된 빅뱅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한보의 총수가 쇳가루를 만지면 좋다는 점술가의 점괘에 현혹됐다는 소문마저 있다고 한다. 97년이 점술의 천국이 된다고 했다던 한 역술인의 전망도 새삼 생각난다. 정말 어수선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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