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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공연물/‘돈만 벌겠다는 대중화’ 안된다(공연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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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공연물/‘돈만 벌겠다는 대중화’ 안된다(공연읽기)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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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운영자의 실질적 최대목적은 티켓을 많이 파는 데 있다. 우리나라처럼 초대권으로 대접을 받으려 하고, 말끝마다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는 곳에서는 공연장의 목적이 티켓 파는 것이라고 하면 너무 직설적이고 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어김없는 사실이다. 공연장은 원래 상인들이 만들었고 상행위는 공연예술의 본질 중의 하나이다.사회에서 신분계급이 나뉘어 있었던 시대에는 체면상 엄숙한 것을 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계급과 체질상 단순하고 흥겨운 것을 즐기고 싶은 계급은 각기 입맛에 맞는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공연에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과거와 달리 시민들은 공연물 뿐 아니라 그때그때 자신의 취향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엄숙한 것을 즐기든 단순한 것을 즐기든 관객의 자유일 때는 단순한 것도 엄숙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세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공연기획자는 점점 똑똑해지는 관객을 위해서 잘 만들어진 것을 내놓아야만 했다. 과거의 명작들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다.

좋은 작품은 관객의 수준을 더욱 높이고 수준 높은 관객은 공연자가 돈벌이만 하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공연예술가는 이러한 균형 위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친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공연의 패턴은 변하지 않았고 이 패턴 속에서 공연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형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연장 운영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공연의 진정한 목적이 이것이다.

대중이 시민 전체를 의미하지 않고 사회의 어느 계층을 지칭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대중화」라는 말처럼 문화에 위협을 주는 것은 없다. 대중화라는 것은 시민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라는 이름의 소수에 영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을 위한 공연물이라는 것도 실은 소수를 위한 것이다. 이런 공연물은 야시장에서 파는 질 나쁜 약처럼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만든 것으로 몽매한 사람들은 이것을 받아먹는다. 관객이라는 전체가 견제하지 않을 때 이런 악성 공연물을 만드는 사람들은 티켓을 팔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희희낙락한다. 그리고 이런 것을 대중을 위한다는 구실로 부추기는 자들이야말로 대중이라는 무지한 소수 위에 군림하겠다는 또다른 소수이다.<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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