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침대’ 성공으로 돈도 벌고 자신감까지/‘남북 테러’ 소재 초유의 물량투입/세계 시장에 내놓겠다강제규(35) 감독은 불과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졌다. 1년 전에는 『이런 영화가 잘 될 것 같다』고 아무리 외쳐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은행나무 침대」로 그는 최고의 검증을 받았고 이젠 누구나 그의 「감」을 믿는다. 84년부터 10년 넘게 영화계 주변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성공적인 데뷔로 1년이 지난 후 그는 영화기획사(영화발전소)의 주인이 됐고 한국영화를 이끄는 주인공 중 한 명이 됐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2학년 징크스」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한국 최고 스케일의 영화로 보기좋게 물리치겠다는 각오를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공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똑같은 돈과 기술이 들어가야겠죠. 상품의 완성도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남북의 테러 대결을 시나리오로 쓰고 있는 그는 이 영화에 한국 영화 초유의 제작비가 투입될 것이라고 말한다. 작품 전체를 해외에서 촬영하고 각종 미니어처, 컴퓨터 그래픽도 동원된다. 「은행나무 침대」의 홍콩 시장 수출에 성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배급망도 미리 확보해 둘 생각이다.
데뷔작으로 최고 흥행감독의 자리에 올랐지만 강제규 감독은 스스로를 「상업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한다. 「상품 가치가 있을 때 몸을 던지지만, 내 방식과 어긋나는 작품은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장르나 스타일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강감독의 자신에 대한 평가.
강감독의 강점은 직접 쓰는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 속의 이야기를 구성지게 엮어낸다는 데 있다. 감독 데뷔 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게임의 법칙」 등의 시나리오를 통해 이야기꾼으로서 인정받았던 그는 시공을 혼합하고 환생의 개념을 집어넣은 「은행나무 침대」의 참신한 스토리로 성공할 수 있었다.
감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중요하다는 강감독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우리 영화로 우리나라 밖의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할까』다. 세계 시장을 향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새 영화에서 그의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할지 지켜볼 만하다.<이윤정 기자>이윤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