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란 문화행사가 20일부터 한달 예정으로 전라북도 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97년을 장식하는 첫 국제적인 지방문화행사로, 오늘 개막되는 「97 무주·전주동계유니버시아드(U)대회」를 문화의 축전으로 승화시키려는 뜻이 곁들여 있다.이 비엔날레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8개국 71명의 작가들이 참가, 묵향을 전하는 조촐한 문화행사다. 광주비엔날레 등에 비하면 행사규모나 화려함 등이 비할 바가 못된다. 홍보도 거의 돼있지 않다. U대회를 맞아 불쑥 고개를 내민 느낌도 드나 서예의 세계화란 점에서 관계자들의 의욕만은 크다.
서예는 맛과 판소리와 함께 전북의 3대 문화자산이다. 서예는 유니버시아드나 비엔날레란 용어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도 조용한 실내행사인 서예전을 젊음이 약동하는 U대회기념 주요 문화행사로 선택한 것은 바로 서예가 동양문화 정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제적인 지방문화행사가 여럿 실시됐으나 순수한 우리 것을 알리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서예전은 그 첫 시도란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이러한 노력이 전북의 자랑인 맛과 판소리와 어우러진다면 서예전도 독특한 국제적 문화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문화행사가 늘어나는 것은 문화의 평준화란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착실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서예비엔날레도 5개월이란 준비기간과 홍보 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너무 많다. 지방문화행사로서 자리잡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묵향은 은은하다. 서두른다거나 의욕만 있다고 금방 이뤄내고 젖을 수 있는 향기가 아니다. 끊임없는 정진이 뒤따라야 한다. 서예 전북비엔날레도 시간을 갖고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때 그 묵향이 온 누리에 은은하게 퍼져 나갈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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