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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더미에 눌린 ‘재계 큰손’/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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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더미에 눌린 ‘재계 큰손’/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누구인가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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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비자금 사건때도 재기 성공한 ‘로비의 귀재’/‘세계 굴지 철강회사’ 무리한 꿈으로 결국 좌절「재계의 큰손」 정태수(70) 한보그룹 총회장이 결국 빚으로 쌓아올린 철강더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보철강에 대한 부도처리방침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숱한 일화와 의혹을 낳으며 한보그룹을 사실상 홀로 이끌어온 정총회장의 명운도 다하게 됐다.

정총회장은 재계에 「도대체 알 수 없는 인물」로 알려져 왔다. 수서사건과 비자금사건의 와중에서도 놀라운 돌파력과 로비력으로 재기에 성공하고 손꼽히는 재벌기업들도 손대기 어려운 5조원규모의 당진제철소건설에 뛰어드는 등 다른 기업들은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총회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23년간이나 국세청에 몸담은 세무공무원출신이다. 수서사건이 한창이던 91년에는 수서사건직전에 국세청 전현직직원들의 친목모임인 「세우회」 부회장을 맡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가 기업가로 입신한 것은 73년. 세무공무원생활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몰리브덴광산업에 투신, 재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듬해 3월에는 몰리브덴수출을 위한 한보상사를 설립, 한보그룹의 기초를 닦았다. 정총회장은 「한국의 보물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기업명을 한보로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회장은 70년대말 몰리브덴수출가가 급상승하고 80년대초 서울 강남에 지은 4,000여가구의 은마아파트 등을 성공적으로 분양하면서 큰 돈을 벌 때만 해도 건설업으로 기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84년 금호그룹으로부터 부산 사상구 구평동 10만평규모의 철강업체인 금호산업(현재는 부산제강소)을 인수하면서도 이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파트건설을 시작하기도 전에 철강경기가 되살아나 「횡재」를 한 후 철강사업에 본격 참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 정총회장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는 이때부터 「세계 굴지의 철강회사를 만들겠다」는 무리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정총회장은 이에 따라 89년부터 아산만에 100만평을 매립, 제강능력 세계5위규모의 당진제철소를 짓기 시작했고 투자자금의 출처와 그의 로비력 등과 관련,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정총회장은 결국 91년 수서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까지 했으나 같은해 7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경영일선에 복귀, 재계는 물론 그룹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사업수완을 발휘해 자금난으로 그룹해체까지 거론되던 한보그룹을 회생시켰다. 이 당시 한보그룹은 신도시건설 등으로 철강경기가 살아나 부산제강소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위기를 극복, 정총회장의 철강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5년말 비자금사건때도 수서사건 당시처럼 검찰조사과정에서 뇌물수수자 등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으면서도 무죄판결을 받아 주변을 또 놀라게 했다.

정총회장은 지난해 3남인 보근씨를 그룹회장에 앉히는 등 외형상으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부도처리결정 직전까지 그룹의 자금줄을 쥐고 그룹경영을 지휘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한보그룹을 이끌면서 부인을 4차례나 바꿔 화제를 뿌리기도 했으며, 94년말 종합토지세순위에서 10위권에 들 정도의 부동산갑부로도 소문나있다.

「로비의 귀재」 「누군가 늘 뒤를 봐주는 사람」 「의리의 사나이」 「재계의 큰손」. 정총회장을 빗댄 별칭들이다. 정총회장은 이같은 세인들의 관심과 비난속에 세계굴지 철강회사의 꿈을 결국은 실현하지 못한 채 재계에서 퇴장하고 있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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