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에 나오는 제자와 스승의 대화 한 장면이 퍽 인상깊다.자하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안회의 사람됨이 어떠합니까?』 『안회의 어진 것은 나보다 낫다』 『자공의 사람됨은 어떠합니까?』 『말재주가 나보다 낫다』 『자로는 어떻습니까?』 『용기가 나보다 낫다』 『자장은 어떻습니까?』 『의젓함이 나보다 낫다』 『그렇다면 어찌 그들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습니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거라. 안회는 어질기는 하지만 임기응변이 부족하다. 자공은 말재주는 뛰어나나 날카로움을 감출 줄 모른다. 자로는 용감하나 겁낼 줄을 모른다. 자장은 의젓하나 온화하지 못하다. 그들이 장점만 있다면 내가 그들을 가르칠 수 없지만 그들의 단점이 있기에 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스승과 제자가 단 둘이 앉아 스스럼없이 얘기를 주고받으며 「교육」을 논하는 것이라든지, 제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일일이 파악하고 그들에게 알맞은 가르침을 주는 공자의 교육지침, 그리고 「어질고 말 잘하고 용기있고 의젓한 것, 온화한 것, 임기응변에 강한 것, 용감하나 겁낼 줄을 모르는 것」 등이 사람됨을 논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메시지가 크게 다가왔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하의 태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는 쏙 빼고 남의 이야기만 묻는 것도 그렇고, 「스승께서는 어찌 스승보다 나은 이들을 가르치느냐」고 당돌하게 되묻는 태도도 영 마땅치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공자께서 자하에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어라」라고 한 뒤 가르침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한 것을 보면 이때 자하는 몹시 흥분하여 스승에게 따져물은듯 하니 얼마나 불손한가. 감히 「공자」 앞에서….
그러나 이 일화를 틈틈이 되새기면서 자하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 만일 자하가 이렇게 묻지 않았다면 스승의 역할에 대한 공자의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비록 우문일지언정 스승의 현답을 끌어내는 질문이야말로 현문이 아닐까 싶어 자하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내 은사중의 한분이 「질문 없는 강의시간」을 제일 싫어하셨던 까닭도 이 글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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