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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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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르네상스’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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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TV에 밀려 갈 길 찾지 못하다가 자동차 급증타고 제2 전성기 꿈꾸는 라디오 매체들/MBC 독무대에 KBS 공세와 SBS 가세로 청취자 끌기 본격경쟁은 시작됐다/TV보다 화려하지도 않고 판에 박은듯 중복편성과 시시콜콜한 잡담에 외면도 받지만 넓어진 채널 폭만큼 추억과 정이 담긴 사연과 음악들로/그리고 세대 아우르는 다양함과 전문성으로 ‘전파 전쟁터’에 맑은 소리만 퍼지길…라디오 전성시대는 다시 도래할 것인가.

영상과잉의 시대에 라디오가 제2의 전성기를 꿈꾼다. 지난해 11월14일 SBS FM이 개국한 이후 한동안 「무풍지대」였던 라디오에도 경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 1,000만 대를 넘어갈 만큼 너나 없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급증도 라디오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라디오는 청취자 감소, 채널 수 부족, 청소년 취향의 음악선곡 등으로 TV에 밀려 갈 길을 찾지 못했다.

특히 AM, FM을 가리지 않고 판에 박은 듯한 중복편성과 시시콜콜한 신변잡담을 늘어놓는 수다떨기는 청취자들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여전히 막강하다. TV와는 또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서세원의 「오늘은 왠지…」에는 청취자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최은경은 통통 튀는 신세대 특유의 밝은 감각으로 출근길에 힘을 준다.

무엇보다 라디오는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정의 매체」라는 점에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TV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영상이나 컴퓨터가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보다 DJ의 멘트 한 마디에 가슴을 연다.

오빠처럼, 누나처럼, 때로는 아저씨처럼 다가오는 DJ들에게 청취자는 간절한 사연과 추억이 담긴 편지를 보내고, 가슴 한 구석에 담아놓은 상처를 털어 놓는다. 때로는 전화를 걸어 푼수를 떠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라디오 스타와 프로그램은 TV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명력은 훨씬 길다. 청취자의 직접 참여와 생생한 육성, 여과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진한 사연과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라디오는 MBC의 독무대였다. 이종환, 김기덕, 이문세로 이어지는 쟁쟁한 스타들이 「라디오왕국 MBC」를 만든 주역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서세원, 이본, 최화정 등을 앞세운 KBS의 공세가 시작되자 MBC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SBS FM이 문을 열고 수원 FM도 개국을 준비하면서 라디오는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고 있다.

「멘트는 짧게, 음악은 길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신만만한 도전장을 던진 SBS FM. 개국 2개월을 넘긴 지금 그 성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SBS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상당한 인지도와 고정청취자를 확보하는 등 후발주자로서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이진규 SBS 라디오부장은 『6개월은 넘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음악채널의 특성을 살리는 기획 의도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와 MBC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타 방송사의 간판 DJ를 마구잡이로 스카우트하고 프로그램의 포맷마저 비슷하게 베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숙영, 최화정 등 간판 DJ를 빼앗긴 KBS 2FM의 이원규 부주간은 『SBS 등장 이후 기존 라디오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MBC 윤기백 라디오편성기획팀장도 『후발주자로서 참신한 자극을 기대했는데, 달라진 것은 없고 DJ 몸값만 올려 놓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SBS 등장 이후 청취율을 조사한 MBC측에 따르면 「최화정의 파워타임」(낮 12∼하오 2시)과 「김예분의 영스트리트」(하오 8∼10시) 정도만 「경쟁력」이 있을 뿐,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반응이 약하다는 것이다. DJ의 인기도가 라디오 특유의 채널 집중력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SBS FM 등장 이후 청취자로서는 채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라디오 시장에 경쟁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방송관계자들은 채널의 전문성 확보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낮시간에는 꽁트·오락, 상오에는 주부대상, 심야에는 청소년대상」이라는 획일적인 편성에서 벗어나 음악을 비롯해 여성, 교육, 시사, 교통 등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음악도 너무 10대 취향에 매달리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진흙탕 같은 청취율 경쟁에 휘말려 스스로의 향기를 잃어버리기보다 차별화 전략으로 타매체와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소리로 집약된다. TV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라디오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다.<박천호 기자>

◎‘라디오의 꽃’ DJ/말솜씨에 시사상식은 기본… 가수·강사 등 출신 다양

커플 진행자와 카리스마(MBC), 참신함을 가미한 안정성(KBS), 톡톡 튀는 발랄함(SBS).

요새 라디오 진행자들은 탤런트가 돼야 한다. 솜씨 좋은 말주변에 시사상식 멘트는 기본.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청취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져야 한다. 가장 많은 채널을 거느린 KBS는 AM라디오를 통해 박찬숙, 정은아, 이지연, 이익선 등 자사 아나운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론 유동근, 나현희, 김한국 등 인기인도 진행을 맡고 있지만 대세는 전문 진행자들.

대신 FM에선 외부 영입 인사를 전문 DJ로 잘 키워냈다. 아나운서 최은경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코미디언 서세원(가요산책), 영어강사 오성식(굿모닝 팝스), 곽영일(추억의 골든팝스), 가수 유열(음악앨범), 홍서범(뮤직쇼) 등은 전문성과 인기 두마리 토끼를 잡은 진행자들이다. 또 김창남, 이본, 윤상, 정원영, 길은정 등도 전문 진행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참신한 맛의 연예인들이 진행자로서의 진지함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MBC에는 관록을 자랑하는 진행자가 많다. 「커플형」 진행자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것도 특징. AM의 아침프로 「손숙·김승현 입니다」를 시작으로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박명수·김수정의 「전국 퀴즈 열전」, 이종환·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김흥국·박미선의 특급작전」 등 유연한 콤비 플레이는 청취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PD 서경주의 「세계는 지금」도 고정 청취자를 많이 확보한 인기 시사 프로그램.

FM에선 곰삭은 진행자 황인용, 김기덕, 김창완, 배철수, 오미희, 허수경 등 고유브랜드가 있는 진행자가 많은 게 강점이다.

SBS는 KBS에서 스카우트한 최화정, 이숙영, 김미숙 등을 제외하고는 역시 후발주자답게 신선한 감각의 DJ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재즈 드러머인 남궁연과 팝 전문가 강정식(스트레스 제로), 팝 전문가 성시완(올드팝스), 전영혁(FM 107.7), 작곡가 겸 가수 한동준(뮤직파워), 전문 DJ 이진(논스톱 파워) 등 전문가 DJ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슈퍼모델 김예분(영 스트리트)은 SBS가 라디오 진행자로 발탁한 경우로 전문 진행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으로 인정받고 있다.<박은주 기자>

◎‘미니 라디오방송국’ 첫 전파는 언제쯤…/다매체시대 시·군 규모 대상 설립안 모색

소출력 방송국. 눈 앞에 다가온 다매체시대에 라디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인구 100만의 하와이에는 38개의 AM·FM 방송국이 있고 인구 650만의 방콕에도 75개의 각종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하지만 인구 73만의 수원에도, 220만에 육박하는 대도시 인천에도, 독자적인 라디오 방송국은 없다. 라디오방송발전연구위원회(위원장 원우현 고려대 교수)가 지난해말 방송위에 제출한 「소출력 지역 라디오방송의 신설방안」은 소출력 방송국의 한국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위원회는 우선 지역에 기반을 둔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은 서울 중심의 정보흐름 체계에 변화를 주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하는 로컬미디어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이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속보성, 간편성, 이동성이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통신기능을 보완하고 다양한 정보와 오락을 제공해 TV의 그늘에서 벗어난 새로운 매체로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1∼3㎾의 출력을 가진 FM방송국을 인구 10만∼20만 시를 기준으로 허가하는 제1방안과 ▲100∼500w 출력의 FM방송국을 인구 5만 이하의 군에 허가하는 제2방안을 제시했다.

도시 사이 거리와 인구 밀집성, 문화시설 유무 등을 고려했을 때 1안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70여개 시에 설립될 수 있고, 2안은 130여개 군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형태는 전문방송을 지향하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영의 형태로 출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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